“이젠 집에 가자”…1797일만에 광화문 떠나는 단원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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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7일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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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엔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기억의 공간’
4.16연대 “앞으로도 진실 향한 행진 계속할 것”

1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 앞에서 열린 ‘이운식’에서 종교의식이 치러지고 있다. © News1
1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 앞에서 열린 ‘이운식’에서 종교의식이 치러지고 있다. © News1
1797일 동안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지켜왔던 세월호 희생자들 영정이 100여명의 유족,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려졌다. 2014년 4월16일, 팽목항의 차디찬 앞바다에서 숨진 세월호 희생자는 무려 304명이다.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과 다른 탑승객 54명이 삶을 마감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는 17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에서 이안식을 열고 추모의식과 영정 이운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9시10분쯤 광화문광장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노란 외투를 입은 유가족들이 모였다. 유가족들은 가장 먼저 분향소를 찾아 289명의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사진 속 얼굴들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안식에서는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를 대표하는 명진스님과 홍요한 목사, 서영섭 신부가 차례로 나와 추모의식을 진행했다.

장훈 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시민 여러분 덕분에 이곳 광화문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국민들이 적지 않은 애정과 배려로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시고 기억해주셨다”며 “궂은 일 마다않고 우리 가족들 지켜주신 4.16연대 회원님들과 모든 촛불 국민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얘들아, 우리 아들딸들아, 엄마 아빠 가슴에 안겨 집으로 가자”며 “이곳에서 밥을 굶고 머리를 자르고 눈물과 절규로 하루하루를 보낸 우리 엄마 아빠 지켜보느라 고생 많았다. 집에 가서 예쁘게 단장하고 다시 보자”고 덧붙였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이게 끝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면서 “지금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모였고 지켜냈고 행진을 해왔던 것처럼 우리는 앞으로도 진실을 향한 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故) 정원석 학생 어머니 박지민씨(60)는 광화문에서의 마지막 날 심정을 묻는 기자에게 “아직도 힘들고 아프다”면서도 “시민들이 주신 공간이니까 시민들께 돌려드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에서는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이 하나씩 차례로 떼어져 하얀 종이에 포장돼 학년·반별로 상자에 넣어졌다.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지켜보던 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철거는 2014년 7월14일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이후 약 4년 8개월 만이다. 세월호 유가족 측 자진철거 의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영정은 안치장소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시청 지하 서고에 임시 보관될 예정이다.

분향소가 철거된 이후 광화문광장에는 시민참여공간과 전시실 등으로 구성된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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