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조용휘]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의 ‘뒷북 성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우리 속담에 뒷북칠 때를 두고 ‘사또 떠난 뒤 나팔 분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이 11일 내놓은 ‘성명’이 꼭 그 꼴이다.

한국당 부산시당은 ‘오거돈 시장은 시민 입장의 안전대책 수립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부산지역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보도자료나 논평이 아니어서 제목만 보면 또 ‘터졌구나’ 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지난달 28일 발생한 러시아 화물선인 시그랜드호의 광안대교 충돌사고에 대한 부산시의 안전의식과 행정을 꼬집는 것이었다.

성명에는 사고 예방 매뉴얼이 없었고, 사고 발생 100분이 지나서야 광안대교 통제 문자를 보냈고, 하마터면 ‘제2의 성수대교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내용이 주였다. 그러면서 용호부두 폐쇄 등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이미 시와 관계 기관들이 마련한 대책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었다. 제1야당, 그것도 23년간 지역의 맹주 노릇을 한 정당의 성명치고는 시민을 실망시키는 내용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그것도 사고 발생 12일 만에 나온 성명이라니, 평소 남의 말이라면 쌍지팡이 짚고 나서는 당의 순발력이 부끄러웠다.

사고 후 한국당 부산지역 국회의원 11명 중 공식적으로 현장을 찾은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5명의 시의원 중에서도 지역구와 무관한 최도석 의원만이 현장을 찾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제점을 따졌다. 최 의원은 “시 사무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시의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현장의 목소리가 없는 자당의 뒷북치기를 아쉬워했다.

이러고도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을 위한 행정을 해주기를 바란다면 후안무치한 태도다.

이에 비해 시와 여당은 어떠했는가. 초기 대응이 미숙하긴 했지만 대책본부 설치, 시민과의 소통 등으로 현장에서 답을 찾아 나섰다. SNS를 통해 수습 과정을 안내하고 시민 불안감을 달랬다.

이 문제만이라면 침소봉대하는 것 아니냐는 한국당의 항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승학산 낙석사고, 26일 영도구 장애인 모자 교통사고, 유치원 개원 연기사태, 미세먼지 발생 등 부산을 숨 막히게 하는 사고와 현안이 꼬리를 무는데도 한국당 부산시당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더더욱 현장에서 내로라하는 한국당 인사는 눈을 닦고 찾아봐도 없었다.

오히려 오 시장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다”라는 따가운 질책에도 불구하고 연일 숨 가쁜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일에는 영도에서 시민과 시정을 공유하기 위해 ‘부산대개조 정책투어’를 시작했다.

미래를 걱정해야 할 한국당 부산시당에 부산의 산적한 문제에 대한 제도적 접근과 주도면밀한 대응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까.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만 빼려 해서는 안 된다. “떫거든 시지나 말지”라는 부산시민의 질타가 어깨를 짓누르지 않는가.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오거돈 시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