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예산 150억, 학교에 썼더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7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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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지난해 서울시가 시행했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투입한 사흘치 예산의 40%만로도 서울시내 모든 유치원과 학교가 공기청정기를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7일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총력대응’ 방침에 따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추가경정예산으로 전체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보여주기식 대책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자유한국당 미세먼지특별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서울시 각급 학교의 총 학급 수는 지난달 기준 4만2373개.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학급수는 이 중 38%인 1만6237개로 공기청정기 1대당 대여 비용을 한 달 3만 원으로 계산하면 58억여 원으로 이 학급들이 1년간 공기청정기를 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한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에 따라 반영한 예산은 350억원. 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기준치 이상이면 출퇴근 시간 서울에서 타는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로 하는 이 조치는 지난해 1월 14일 처음 발령된 이후 1월에만 총 세 차례 발령돼 약 145억 원이 투입됐다. 당시 사용한 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으로도 서울시내 전체 학급이 1년 동안 공기정화장치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도로교통 감소량이 2% 안팎에 불과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박 시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회당) 50억원보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한 달 만에 정책을 철회했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 대란으로 정부가 뒤늦게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아직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정부는 정작 시민들을 미세먼지의 위협으로부터 안심시켜주는 현실적인 대책에는 소홀하면서 모든 문제를 국회와 중국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며 “손에 잡히는 효과는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에 예산을 낭비하느라 국민들의 고통만 길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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