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운전자 35% 적성검사서 ‘재검’ 판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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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조마조마 고령운전자


2017년에 운전면허를 처음 딴 사람 중 75세 이상은 4481명이었다. 2015년 3123명에서 크게 늘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 능력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운전면허 정기 적성검사를 받아야 하는 75세 이상 운전자는 19만4701명이다. 경찰은 75세 이상 정기 적성검사 대상자가 내년에는 20만177명으로 증가하고, 2022년에는 40만 명, 2023년에는 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운전면허 정기 적성검사 결과를 보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0, 30대에 비해 시력은 20% 이상, 청력은 30%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행인 이모 씨(30·여)를 치어 사망사고를 낸 96세 운전자 유모 씨는 지난해 시력과 청력 등 기초적인 신체검사로 구성된 적성검사를 통과했다. 이 씨의 고모부 이모 씨(53)는 14일 발인을 앞두고 “고령 운전자가 많아지는데 적성검사는 느슨한 점이 많다. 검사를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 주기가 5년에서 3년으로 짧아졌다. 경찰청은 적성검사 주기 단축과 함께 75세 이상 운전자들이 적성검사 때 교통안전 교육도 반드시 받도록 했다. 이 교육에 포함된 1시간의 인지기능검사를 통해 운전이 가능할 정도의 기억력과 변별력, 주의력 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올 1월에 75세 이상 운전자 4653명이 정기 적성검사를 받았는데 이 중 1607명(34.5%)이 재검사 판정을 받았다. 이 중 1585명은 재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18명은 사실상 불합격인 수시 검사 판정을 받았다.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정상적인 운전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수시 검사 판정을 받은 이들은 의료기관 등에서 장애나 질병 관련 내용이 경찰청으로 통보될 때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치매 의심 증상 등을 보여 재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지 못해도 운전면허를 강제로 박탈할 수 없다.

인구 고령화로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선 일본은 고령 운전자가 간이 치매검사에서 불합격할 경우 의사의 진단 결과가 포함된 서류를 경찰에 제출하도록 했다. 치매가 진단되면 경찰 직권으로 면허를 말소한다. 뉴질랜드는 80세가 넘으면 자동으로 모든 운전자의 면허를 취소하고 재검증을 거친 사람에게만 면허를 다시 발급해 준다. 한국 경찰청도 인지기능검사에서 수시 검사 판정을 받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개정 등을 검토 중이지만 고령 운전자들의 반발에 막혀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고령 택시운전사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민원이 이어진다. 하지만 고령자의 운수업계 취업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 그나마 65세 이상은 3년, 70세 이상은 매년 자격유지검사를 받도록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이 13일부터 시행돼 이 검사에서 탈락한 운전자는 택시를 몰 수 없도록 했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려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송도호 의원은 지난달 31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서울시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서울시는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할 경우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한다. 부산시와 서울 양천구 등이 이런 제도를 두고 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이소연 기자
#고령화#고령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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