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압수영장 모호하게 작성시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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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31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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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영장 기재된 ‘가족’ 의미 놓고 다퉈
1심 “적법한 압수”…2심 “의미 모호…위법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22/뉴스1 © News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22/뉴스1 © News1
압수수색 영장이 명확하거나 간결하지 않고 모호하게 쓰였을 경우에는 이를 작성한 수사기관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2015년 4월2일 관세법 위반 혐의를 받는 나모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외화를 빼돌릴 목적으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나씨는 프리즘 시트를 수출하면서 세관에 수출가격을 조작해 신고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빼돌린 돈 중 173만달러(약 19억원)를 동생 등 가족에게 급여로 준 것처럼 세탁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영장에서 ‘나씨의 회계자료 및 입출금거래 내역 및 통장(상기 범행에 사용된 회사, 사장, 직원 및 가족 명의 포함)’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기재했다. 이에 서울세관팀은 2015년 4월 영장을 집행해 각종 문서와 통장 등을 압수했다.

재판 과정에선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가족’이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영장에 적시된 ‘가족’을 나씨의 가족만으로 한정할지, 아니면 나씨 회사 직원의 가족으로 봐야할지가 쟁점이었다.

1심은 ‘가족’에 대해 나씨 회사 직원의 가족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적법한 압수라고 봤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나씨의 가족만 의미한다고 보고 위법한 압수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압수·수색영장의 기재 문언은 그 자체만으로 압수를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혐의사실과 압수장소, 압수대상 등을 곧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특정성과 명확성, 간결성, 일의성(一意性) 등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언 자체로 불명확 또는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문언을 작성한 수사기관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게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정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의 일반적인 해석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수사기관의 영장청구 및 집행실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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