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부마항쟁 당시 계엄포고령은 무효” 첫 판단 내려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9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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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 지역에서 발생한 부마민주항쟁 당시 선포된 계엄포고령은 위헌·위법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64)씨의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1979년 10월18일 부산지역에 선포된 계엄포고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그 내용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엄포고는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인 부마민주항쟁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그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이 구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엄포고의 내용은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의 자율,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됨은 물론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일체의 행위’ 등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며 “이 사건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해 무죄”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계엄포고가 구 계엄법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으로 그와 결합해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있다면서, 법원이 그 위헌·위법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김씨는 1979년 10월20일 부산지역 소요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당시 손학규 한국기독교연합회 간사(현 바른미래당 대표) 등에게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김씨가 “데모 군중이 반항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번 데모에서 총소리가 군중에서 났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전했다고 봤다.

김씨는 1981년에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후 김씨는 지난 2016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그 사유가 인정된다며 그해 7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음을 알리면서 신빙성이 없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 것에 불과해 유언비어 날조·유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계엄포고령 자체가 위법·무효라고 판단했다. 포고령이 발령될 당시 국내 정치·사회상황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해야 할 정도로 군사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9월 대법원에 접수됐고 지난달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은 전원합의로 심리한 결과 원래 사건을 맡았던 소부에서 선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날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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