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인원 85%가 현대-기아차… “늑대 몰아냈더니 여우정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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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총파업

국회앞 8차로 중 4개 차로 통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민노총 조합원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참석한 조합원들이 “탄력근로제 저지” “총파업 투쟁으로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회앞 8차로 중 4개 차로 통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민노총 조합원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참석한 조합원들이 “탄력근로제 저지” “총파업 투쟁으로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촛불을 들고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노동 존중 사회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이 정부가 딱 그런 모습이다.”

빗방울이 떨어진 21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엄미경 부위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조합원들은 ‘노동법 전면 개정’ ‘노동 사법 적폐 청산’ 등이 쓰인 팻말을 흔들며 “탄력근로제 저지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1만여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국회 앞 100m 지점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82개 중대 6560명을 배치했다. 집회는 1시간 50분 만에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지만 8차로 중 4개 차로를 통제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그들’만의 총파업

민노총은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번 파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노총이 주도한 첫 전국 단위 총파업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사회적 총파업’을 열었지만 당시 비정규직 2만여 명만 참여해 그 규모가 미미했다.

당초 민노총이 총파업의 이유로 내세운 건 △적폐 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 대개혁 등이었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선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에 집중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여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노동계를 겁박하고 밀어붙이려 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기계를 멈추고 일손을 멈추겠다”고 경고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농민들은 늑대정권을 몰아냈더니 여우정권이 들어섰다고 한다”며 비판했다.

민노총은 이날 전국 109개 사업장에서 16만 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전국 80여 개 사업장에서 9만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혀 규모 차이가 컸다. 총파업은 민노총의 최대 사업장인 현대·기아자동차 노조가 주도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국내 모든 공장에서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정부가 추산한 총파업 참여 인원 중 현대차(4만8000여 명)와 기아차 조합원(2만9000여 명)이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민노총 조합원은 지난달 기준 약 84만 명. 국내 전체 근로자 2000만 명의 4% 남짓에 불과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 출범의 주역이라고 생각하는 민노총은 정부가 친(親)시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을 우려해 총파업을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 “민노총 총파업 잘했다”는 경사노위 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민노총 총파업을 두고 “잘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문 위원장은 이날 사회연대포럼 토론회에 참석해 “오늘 (민노총의) 투쟁 대오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중심이 된 투쟁”이라며 “(민노총의) 총파업,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민노총 출신이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도 대부분 노동운동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야가 한목소리로 총파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가운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의 수장이 불법 파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문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에 “민노총이 22일 열리는 경사노위 첫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의제·업종별 위원회나 특위에는 참여하도록 권유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민노총을 끝까지 달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5분경 경북 김천시청 정문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민노총 노조원 A 씨(58)가 시청 공무원 B 씨(37)를 폭행해 경찰이 조사 중이다. “화장실을 가겠다”며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던 A 씨는 “청사 밖에 설치된 화장실을 이용하라”며 막은 B 씨의 뺨을 손으로 두 차례 때렸다. B 씨는 인근 병원에서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박은서 clue@donga.com·고도예 / 김천=장영훈 기자
#총파업#민노총#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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