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순천만, 시민들이 만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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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재채취 반대해 보존 필요성 부각, 농경지를 습지로 복원 철새 쉼터로
도시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10월엔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

가을이 깊어가는 순천만은 하얀 갈대꽃과 황금빛 갈대가 물결을 이루며 탐방객을 반기고 있다. 순천시 제공
가을이 깊어가는 순천만은 하얀 갈대꽃과 황금빛 갈대가 물결을 이루며 탐방객을 반기고 있다. 순천시 제공
순천만 3339만 m²는 강과 바다, 산과 섬 그리고 갯벌과 갈대밭 등 다양한 풍광을 선사한다. 드넓은 갯벌과 나지막한 산이 어우러진 장관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순천만의 특징이다. 해안가에 형성된 순천만은 항상 맑은 동천의 물이 흘러든다. 강물은 갯벌에 먹이가 되는 유기물을 공급하고 바닷물은 막힘이 없이 자연스럽게 들고 난다.

순천만 갯벌은 짱뚱어, 갯게, 농게 등이 뛰어놀고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철새 239종이 쉬어가는 생태계의 보고다. 생명력이 널뛰는 순천만의 가을은 황금빛 갈대의 물결과 화사한 붉은색 칠면초 군락, 검은 갯벌이 만나 신비로운 풍경을 빚어낸다.

순천시는 올 6월 전체 지역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생태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지정한다. 지난달에는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을 받았다. 람사르 협약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 서식처인 습지를 보전하는 것이다. 습지도시는 생태보존 가치가 큰 습지 인근에 위치하면서 습지보전 노력을 기울이는 도시를 인증하는 제도다. 조영익 순천시 순천만보전과장은 “도시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이고 람사르 습지도시까지 된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순천시는 14∼17일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축하하는 기념식과 국제 포럼을 개최한다. 기념식에서 미겔 클뤼세네르고트 유네스코 본부 생태지구과학국장이 허석 순천시장에게 ‘순천 생물권보전지역 인증서’를 전달한다. 27∼30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한국, 중국, 일본, 호주 정부 철새회의에 참석해 순천만 모범사례를 발표한다.

이처럼 순천은 세계가 인정하는 생태도시가 됐고 그 중심에는 순천만이 있다. 순천만을 보존하는 일등공신은 시민들이다. 순천만 보전운동은 1996년부터 시작됐다. 시민·사회단체인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가 순천만 골재 채취 반대에 나서면서 보전 필요성이 부각됐다.

시민들과 순천시는 순천만 인근에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고 주변 전봇대 282개를 뽑았다.

개발 우려가 있는 농경지나 주차장 등 40만 m²를 습지로 복원시켜 철새 쉼터로 만들었다. 순천만 주변 농경지 59만 m²에서 친환경 벼를 재배해 겨울철 철새들 먹이로 공급하고 있다. 도심 확장을 막고 순천만 생태계를 지키는 에코벨트인 순천만국가정원(111만 m²)은 시민들 노력의 결정판이었다. 정명옥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간사(56)는 “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보전 운동에 참여해 순천만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순천만 보전 노력은 생태계 복원으로 이어졌다. 보전운동이 시작된 1999년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는 80마리였다. 이후 2009년 436마리, 지난해는 2176마리로 크게 늘었다. 순천만을 지킨 덕에 순천시는 생태관광도시라는 선물까지 받았다. 순천만과 순천만국가정원을 찾은 탐방객은 2014년 351만 명, 2015년 533만 명, 2016년 543만 명, 지난해 612만 명으로 늘었다. 허 시장은 “순천을 명품 생태도시로 만들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발전도 함께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순천만#생물권보전지역#람사르 습지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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