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도?…숙명여고 사태 후 ‘내신부정’ 의혹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3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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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험 문제·답안 유출 의혹은 숙명여고에서만 일어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우리 학교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성적이 오른 학생들이 많습니다.”

13일 서울 강남지역의 한 교육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경찰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와 쌍둥이 딸의 시험지 유출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에 내신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숙명여고는 서울의 교육 중심에 위치해 이슈가 됐을 뿐 비슷한 내신비리가 우리 학교에서도 버젓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전·현직 교사의 자녀가 아니더라도 시험지 유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교직원이 돈을 받고 시험지를 개인이나 학원으로 유출할 수 있다는 것. 네티즌 B 씨는 “교과서 외 지문에서 나온 학교 시험 문제를 특정 학원에서 미리 다룬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그 학원이 족집게라고 소문이 나 학생들이 몰려가는 걸 보며 이상하다 여겼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하고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노릴 수 있는 지방 학교에서 내신비리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다. 강원 춘천시의 고교 교사 C 씨(50)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암암리에 명문대에 갈 아이들을 찍어두고 교내상을 몰아주거나 수행평가 점수를 몰래 올려주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안다”며 “마음만 먹으면 시험지를 인쇄하는 직원이 어렵지 않게 시험지를 빼돌리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숙명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신여학원의 이사진 전원과 감사 5명 중 4명은 숙명여고 졸업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특별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사 10명은 모두 숙명여고 출신이다. 일반 감사 2명도 숙명여고 출신이었고, 개방형 감사는 3명 중 2명이 숙명여고를 졸업했다. 1999년 이후 4명의 교장 역시 모두 숙명여고 출신이다. 학부모 C 씨는 “‘숙명’이라는 철옹성 안에서 내신비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10년치 내신비리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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