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변화 따른 판결 환영” vs “누군 양심 없어 군대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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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엇갈린 반응


대법원의 1일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중요한지, 대체복무를 어느 수준으로 할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병역의 의무가 지켜지지 않는 만큼 납세 또한 거부하겠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 “군대 가면 양심 없는 사람이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이번 판결에 반대한다는 글이 80여 건 올라왔다. “누구는 양심이 없어서 국방의 의무를 다했냐” “청춘 보상금 명목으로 양심적으로 세금을 거부한다” 등 내용이다.

병역 의무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남북 대치라는 엄연한 현실에서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복무를 마친 회사원 장세영 씨(29)는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며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국방력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육군 일병으로 복무 중인 김모 씨(21)는 “종교가 있지만 국민의 의무이기 때문에 입대했다”며 “이번 판결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나는 ‘양심 없는 사람’이 됐다. 더 이상 군대에 있기 싫다”고 반발했다. 대학원생 박대근 씨(28)는 “내가 군대를 안 감으로써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로 인정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전향적 판결 환영…아픈 역사 중단”

개인의 양심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고 시대가 바뀐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주은혜 씨(23·여)는 “편법으로 악용될 소지는 있지만 전향적 판결에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안수경 씨(26·여)는 “윤리적 가치와 충돌해서 병역을 거부하는 게 합당하다는 점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카투사 병장인 손모 씨(23)는 “이미 이런저런 이유로 병역에서 빠지는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정당한 절차를 거쳐 법원에서 판단을 한 것이니 나쁘게 볼 건 없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병역 거부로) 1950년경부터 현재까지 2만여 명이 형사 처벌된 아픈 역사가 중단되고, 재판 중인 이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 대체복무 방식도 의견 갈려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다. 대학원생 조모 씨(26)는 “군대에 가는 건 목숨을 거는 것인데, 대체복무의 강도를 높이지 않으면 병역 기피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며 “지뢰 제거, 수색 등 분야에서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던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28)는 “군대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시키거나 하는 식으로 병역거부자를 징벌하는 성격이 돼서는 안 된다”며 “폭력 행위에 가담하지 않게 하는 선에서 복무 형태를 제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성룡 씨(29)는 “‘내가 고생했으니 너희도 고생해라’는 식이어서는 안 되지만 병역거부자도 군말 없이 대체복무 의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기존 국방 전력의 빈틈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김은지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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