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렌터카 총량제’ 초기부터 삐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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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개 업체 자율 감차에 소극적… 내년 상반기 감차목표의 22% 그쳐
제주도 “감차 저조 땐 운행제한”

27일 오후 제주 제주시 조천읍 교래사가로. 제주시 구좌읍, 서귀포시 성산읍과 남원읍 등지에서 제주시내 방면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제주지역 대표적 관광지인 성산일출봉, 산굼부리, 사려니숲길 등을 둘러보고 숙소인 제주시내로 진입하는 렌터카가 대부분이다. 매주 금, 토요일에는 제주공항에서 평화로 진입로까지 차량 정체가 심각하고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안, 구좌읍 월정해안, ‘섬 속의 섬’인 우도 등은 관광객이 모는 렌터카가 몰리면서 주차 전쟁이 벌어지고 지역주민과 마찰이 자주 발생한다.

제주도는 이처럼 제주지역 교통 혼잡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렌터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렌터카 총량제(수급조절제)’를 도입했다. 9월 말 현재 도내에서 운행 중인 렌터카는 모두 3만3388대로 ‘차량 증가에 따른 수용능력 분석 및 수급관리 법제화 검토 용역’에서 제시한 적정대수 2만5000대에 비해 8338대를 초과한 상태다. 제한을 하지 않으면 2025년 렌터카가 5만1000여 대로 증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내년 6월 말까지 신규 등록제한과 노후자동차 감차 등을 통해 7000여 대를 줄여 2만5000대로 유지하는 수급조절 계획을 확정하고 지난달 21일부터 렌터카 총량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126개 렌터카 업체가 자율 감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렌터카 감차 계획서를 제출한 업체는 53곳에 불과하다. 계획서를 제출한 업체들은 올해 12월까지 845대를 감차한 후 추가로 내년 6월까지 687대를 줄인다. 이는 제주도가 내년 6월까지 추진하는 감차 목표 7000대의 21.9%에 그치는 수준이다.

업체별 감차는 차량보유 대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제주도가 제시한 감차율은 200대 이하 최대 20%, 201∼250대 21%, 401∼500대 25%, 1001∼1500대 28%, 2001대 이상은 30% 등이다.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자율 감차를 하면 먼저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자율 감차를 안 하더라도 결국 제주도에서 조치를 취하면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자율 감차가 저조할 경우 내년 1월부터 운행제한 조치를 취해 강제적으로 감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렌터카 총량제 시행으로 신규 등록이 봉쇄되자 양도·양수를 통한 렌터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지역 렌터카가 한 달 동안 제주에서 영업할 수 있다는 규정을 활용해 관광 성수기에 제주에서 ‘계절영업’을 하면 렌터카 총량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관계자는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과다 경쟁 등으로 서비스 수준이 낮아지면 추가 감차를 단행할 수 있다”며 “미비점을 보완하고 렌터카 총량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편법, 부당 영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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