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남아돈다고? 식량안보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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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硏 곽상수 박사 주장

곽상수 박사가 29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 식량안보 R&D 추진전략’에서 해외농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 지역에 고구마를 심어 재배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곽상수 박사가 29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 식량안보 R&D 추진전략’에서 해외농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 지역에 고구마를 심어 재배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우리나라의 쌀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아주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고구마 박사’로 잘 알려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책임연구원)에게 ‘한국은 쌀이 남아돌아 소비 방안을 고민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과학자 가운데 드물게 ‘식량안보’를 화두로 삼아온 곽 박사는 29일 대전의 생명공학연구원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식량안보 R&D 추진전략’ 세미나를 주관했다. 그는 같은 문제의식으로 2∼4월 세 차례에 걸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이 연 ‘4차 산업혁명시대 농업혁신 동향과 R&D 정책 방향’ 포럼을 주관했다. 지금 왜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연이어 식량안보 세미나를 열고 있는데….

“식량안보는 국가생존에 필수적인데도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너무 안일하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실효성 있는 식량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쌀 소비 정책을 펴니 식량안보는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쌀의 자급률은 100% 안팎이지만 세계무역기구(WTO)의 의무 수입량을 포함한 것이다. 국민의 기호는 점차 쌀 이외의 곡물과 육류로 옮겨가고 있는데 쌀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 포함)은 24% 수준이다. 밀과 옥수수 등 대부분의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안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만큼 식량문제가 심각한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영양안보는 모든 사람들이 활동적이고 건강한 생활에 필요한 영양적 요구와 음식의 기초를 만족시키는 충분하고 안전한 식품을 물리적으로, 경제적으로 항상 접근 가능할 때 달성된다’고 정의한다. 이런 개념에 비춰보면 한국의 실상은 더욱 다급하다. 전염병이나 기상문제 등으로 3개월 이상 곡물을 수입하지 못하면 바로 식량문제를 겪게 된다.”

―그런 예기치 않은 상황이 아니라면 경제력이 있으면 언제든 수입할 수 있지 않나.


“FAO는 인구와 식량소비는 크게 늘고, 식량 생산량은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식량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때는 돈이 있어도 국제시장에서 곡물을 사기 어렵다.”

―그럼 식량을 자급하거나 외부의 안정적인 식량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얘긴데….

“1970년 230만 ha였던 국내 농지면적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현재 163만 ha로 줄었다. 매년 새만금 면적의 3분의 2가량인 2만 ha의 농지가 훼손된다. 자급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정부도 해외농업에 주목한 지 오래다.

“정부가 1960년대 중남미 농업이민을 독려하고 2011년에는 해외농업을 통해 확보하는 곡물 생산량까지를 우리의 식량에 포함시키는 식량자주율 개념을 도입했지만 아직 멀었다.”

―주변국은 어떤가.

“일본은 1960년대부터 해외농업을 지원한 결과 2007년 이미 미쓰이물산 등의 기업들이 해외에서 직간접적으로 농작물을 경작하는 면적이 본국의 3배(1200만 ha)에 이르렀다. 현재 곡물자급률은 우리와 비슷한 25% 수준이지만 곡물자주율은 100%를 웃돈다. 중국은 식량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지기 시작한 2004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3농(농촌, 농업, 농민)을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았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식량안보법’을 제정하고 범부처 차원의 ‘국가 식량안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동북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버려진 땅들이 우리에겐 기회의 땅이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분자육종과 4차 산업혁명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팜 기술로 접근해 적합한 작목을 재배하면 우리는 대규모 식량을 확보할 수 있고 해당 지역은 불모지가 옥토로 변해 ‘윈윈’할 수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4차 산업혁명#식량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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