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생활 자랑으로 돈버는 인터넷방송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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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출신-성폭력 전력자도 등장
자극적 경험담 앞세워 방송
청소년 조폭-범죄 미화 우려

“교도소 같은 방에 있던 성폭행을 저질렀던 남성이 유일하게 반응한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야한 이야기와 여자 이야기입니다.”

한 인터넷방송에서 조폭 출신 방송진행자(BJ)는 “교도소에는 신기하고 재미난 사람들이 많다”며 복역 중 겪은 경험담을 풀어냈다. 같은 교도소에서 지낸 한 성폭행 사범은 다른 일에 열중하다가도 여자 이야기만 나오면 대화에 끼어든다는 것이다. 이 수감자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당시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않아 복역하게 됐다는 등 설명도 덧붙였다. 이처럼 ‘범죄 스펙’을 앞세운 인터넷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이 끝난 뒤에는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와 관련 콘텐츠를 누구나 손쉽게 다시 볼 수 있다.

이들은 본인의 수감 생활이나 조폭 생활 등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에 대한 경험담으로 시청자를 유인한다. 3 대 1로 싸워 이겼다는 ‘조폭 무용담’, 비싼 사식을 받아먹던 시절이 재미있었다는 ‘교도소 무용담’ 등 다양하다. ‘까마귀(교도소 기동순찰팀)’ 같은 은어를 곁들이며 흥미를 돋운다. “교도소에 성인 잡지가 반입되느냐” 등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기도 한다. 한 BJ는 방송에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를 게스트로 초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이유는 손쉽게 인기를 끌기 위해서다. 아프리카TV BJ 이모 씨(28)는 “요즘 서울대 들어가는 것보다 힘든 게 인기 BJ가 되는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특이한 콘텐츠로 유인해야 시청자를 모으고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송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에 따르면 범죄나 범죄단체를 미화해 범죄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심의를 거쳐 이용정지 등 제재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모든 인터넷방송 콘텐츠를 감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범죄 관련 콘텐츠들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모방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청소년들은 이런 방송을 보다가 범죄자와 조폭을 미화하고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며 “폭력성과 구체적인 범행 기술까지 학습하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bj#인터넷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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