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왼쪽에 ‘솔릭’, 오른쪽 ‘시마론’ 위치하면 피해↑?…‘후지와라 효과’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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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23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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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가태풍센터
사진=국가태풍센터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북상하면서 한반도 전체가 점점 영향권 안에 들고 있다.

기상청의 23일 오전 7시 발표에 따르면, 태풍 ‘솔릭’은 이날 오전 6시 서귀포 서쪽 약 90km 해상에서 시속 16km로 북북서진 중이다. 중심기압 960hPa, 최대 풍속 시속 140km, 강풍 반경 340km로 강한 ‘중형급’ 위력을 유지하고 있다.

기상청의 예상 경로대로라면 ‘솔릭’은 이날 오후 6시 목포 서쪽 약 60km 부근 해상을 지나 24일 오전 6시 서울 남남동쪽 약 70km 부근 육상을 거치며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9월 17일 태풍 산바 이후 6년 만의 한반도 내륙 관통이다.

이어 ‘솔릭’은 24일 오후 6시께 속초 동북동쪽 약 100km 부근 해상을 지나 25일 오전 6시 북한 청진 동남동쪽 약 210km 부근 해상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솔릭’ 예상 이동 경로. 사진=기상청
태풍 ‘솔릭’ 예상 이동 경로. 사진=기상청

현재 ‘솔릭’은 그 위력도 강하지만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태풍이 천천히 이동할 경우 그만큼 강풍과 폭우를 일으키는 시간이 더 길어져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솔릭’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시속 16km의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솔릭’은 이날 오후 6시에도 같은 속도를 유지하다 24일엔 시속 20km대의 속도로 내륙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이동 속도를 감안하면 ‘솔릭’이 한반도를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예상 시간은 10시간 정도다.

‘솔릭’과 비슷한 경로로 우리나라를 관통한 2010년 7호 태풍 ‘곤파스’는 인천 강화도로 상륙해 시속 50km로 불과 3~4시간 만에 강원 강릉 쪽으로 빠져나갔다. 반면 2002년 태풍 ‘루사’는 남해안으로 상륙해 동해 북부로 빠져나가는 동안 시간당 20km 안팎으로 움직이며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부었고, 사상자 246명과 재산피해 5조1479억 원 등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바 있다.

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본부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 태풍이 제주도 부근에 접근해서 우리나라를 빠져나갈 때까지 약 하루 반 정도 느리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이 되기 때문에 큰 피해가 우려가 된다. 태풍의 영향권에서 5시간 들어 있는 것과 24시간 들어 있는 것과 30시간 들어있을 때 그 피해 규모는 완전히 다르다. 이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태풍 ‘시마론’ 예상 이동 경로. 사진=기상청
태풍 ‘시마론’ 예상 이동 경로. 사진=기상청
이런 가운데 제20호 태풍 ‘시마론’이 일본 오사카 남쪽 해상에서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이날 오전 3시 시속 35km의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인 ‘시마론’은 이날 중 일본 열도에 상륙한 뒤 24일 오전 3시엔 독도 동쪽 약 260km 부근 해상까지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솔릭’과 ‘시마론’이 현재 예상대로 이동한다면 23, 24일 이틀간 한반도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솔릭’, 오른쪽에는 ‘시마론’이 위치하게 된다. 태풍 2개가 동시에 한반도 주변을 지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두 개의 태풍이 인접하면서 서로의 진로와 세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후지와라 효과’라고 부른다. 일본 기상학자 후지와라 사쿠헤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현재 북상 중인 ‘솔릭’과 ‘시마론’이 인접하면서 한반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동쪽에 위치한 ‘시마론’이 한반도를 관통해 동쪽으로 빠져나가려는 ‘솔릭’의 이동 경로를 막아설 경우 솔릭이 한반도 상공에 오래 머물게 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두 개의 강력한 저기압이 맞부딪쳐 예상보다 더 많은 비를 뿌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상청은 ‘후지화라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두 개가 서로 맞잡고 돌아야 ‘후지와라 효과’라고 부를 수 있다”며 “‘솔릭’과 ‘시마론’이 그렇게 가깝게 붙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지나친 해석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상청은 두 태풍이 상호 작용으로 서로를 끌어당길 가능성은 열어둔 채 두 태풍의 이동 경로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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