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교통公 무기직 393명, 정규직 전환시험 집단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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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전원합격” 요구로 파행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비정규직)에서 ‘임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이 ‘완전한’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승진시험에 최근 응시한 비율이 3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응시대상자 626명 중 393명이 시험을 보지 않아 사실상 시험을 집단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1일 치러진 시험은 서울교통공사 ‘7급보’ 직원들을 7급으로 전환하는 직무역량평가 시험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올 3월 기존 무기계약직 128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노사 합의에 따라 입사한 지 3년 이상 된 무기계약직 직원은 공채 신입 합격자와 같은 처우인 공사 7급으로, 3년 미만인 직원은 7급보로 임용됐다.

7급보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신설된 직책으로 임시 정규직이다. 7급보는 입사 3년을 채우거나 교통공사에서 실시하는 직무역량평가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7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 이번에 치러진 시험 응시대상자는 2016년 12월 31일 이전에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이들이다.

이들이 완전한 정규직 공채 직원에 편입되는 시험을 거부한 배경에는 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있다. 민노총 소속 노조는 이번 승진 시험에 대해 “누구라도 불합격자가 나오는 시험은 노노(勞勞)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전원 합격이 보장되지 않으면 시험을 치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노사가 시험을 앞두고 가진 협의에서 노조는 시험 문제의 범위와 내용 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시험문제는 공정성을 위해 외부 기관에서 준비하며 탈락자가 없는 시험을 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시험을 진행했다.

사측이 시험을 강행할 경우 저지 투쟁을 예고했던 노조는 시험을 앞두고 응시 대상자들에게 시험 거부 서명을 받았다. 또 노조는 1일 시험이 치러진 서울 잠신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러온 이들에게 “시험을 보지 말라”고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 파행에 따라 서울교통공사 공채 직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공채 출신 직원 A씨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최소한의 역량 평가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무조건 전원 합격을 주장하며 시험조차 치르지 않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한찬수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1차량 본부장은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공채 직원들에게 100% 합격이 보장되는 시험은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치러진 7급보의 7급 전환 시험의 합격률은 93.6%였다. 서울교통공사는 “다음 시험은 내년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며 “이번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이들은 불합격자로 간주되며 다음 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교통공사#무기직#정규직 전환시험#집단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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