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살충제 계란… 조류 독감… 이게 다 공장식 축산 때문이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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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용지 한 장보다 작은 케이지에서 길러지는 닭들.
A4용지 한 장보다 작은 케이지에서 길러지는 닭들.
프라이팬을 중불로 달굽니다. 식용유를 두른 후 계란을 깨서 살며시 넣는 순간 정말 맛있는 소리, ‘치지지직∼’ 하면서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우리를 자극합니다. 계란으로 만든 요리는 몇 가지나 될까요? 계란프라이, 계란말이, 계란찜, 계란볶음밥, 계란국, 계란덮밥 등 수없이 많아요. 계란처럼 남녀노소,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널리 사용되는 식재료도 드물 것입니다.

계란을 완전식품이라고 해요. 계란은 한 생명이 태어나는 데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불립니다. 실제로 계란만 먹고는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계란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면서도 값싼 식재료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살충제 계란 사태 때문에 이 맛있는 것을 잘 먹지 못한 적이 있었죠.

○ 살충제 계란 사태 불신으로 이어져

모래목욕으로 해충을 스스로 떼어 내는 자연방사된 닭들. 동아일보DB
모래목욕으로 해충을 스스로 떼어 내는 자연방사된 닭들. 동아일보DB
2017년 8월 네덜란드와 벨기에 당국이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브로닐’이 발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계란이 독일 스웨덴 등으로 판매됐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일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합니다. 그 결과 네덜란드에서는 180개 농장이, 벨기에에서는 농장의 4분의 1 이상이 폐쇄되고 이들 나라로부터 수입이 중단됩니다.

며칠 뒤 살충제 계란이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됩니다. 국내에서 발견된 살충제 성분은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입니다. ‘피브로닐’은 진드기와 벼룩을 잡는 데 사용되는데 많이 섭취하면 간, 신장, 갑상샘에 이상을 일으켜 식용 동물에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비펜트린’은 진드기를 잡는 데 사용되는데 금지 약품은 아니지만 발암물질로 분류합니다.

검사 결과 안전하다고 판정 난 농장의 계란은 다시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계란값은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계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에요. 계란에 대한 불신이 생겨 사람들이 계란을 먹지 않으려고 했죠.

○ 공장식 축산으로 닭 면역력 약해져

살충제 계란 사태는 공장식 축산과 관계가 깊어요. 암탉 1마리당 약 0.05m²에서 키워지며 이 넓이는 A4용지 한 장보다 좁아요. 닭을 좁은 곳에서 키워야 비용이 절감되고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고기의 양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좁은 곳에서 키워지다 보니 위생 상태가 안 좋아 전염병이 돌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생제를 투여하게 되죠. 닭들이 건강하려면 항생제도 필요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항생제는 빨리 자라게 하려고 투여합니다. 항생제를 먹이면 몸에서 수분을 축적하려고 해서 고기의 양이 늘어난다고 해요. 따라서 불필요한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류독감도 공장식 축산과 관련이 있어요. 조류독감에 걸리는 이유는 닭이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에요. 일부는 철새가 조류독감의 원인이기 때문에 닭을 방사하면 조류독감에 걸리기 때문에 가둬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러나 철새가 떠난 뒤에도 조류독감이 발병한 일이 있어 이 주장의 근거는 약해졌습니다.

상식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닭을 키우면 공기도 나쁘고, 비위생적이고,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해요. 또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하면 스스로 세균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약해져 면역력은 더욱 떨어질 것입니다.

이런 공장식 축산이 닭의 몸에 진드기와 벼룩이 살기 좋게 만듭니다. 전통적으로 키우는 닭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흙먼지 속에 몸을 비벼대죠. 벼룩이나 진드기가 몸에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장식 축산에서는 벼룩이나 진드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살충제를 닭한테 살포하게 되죠. 원래는 살충제를 살포할 때 닭과 계란을 다 꺼내 살포해야 해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닭의 몸에 직접 살충제로 뿌린 경우 살충제에 더욱 심각하게 오염됩니다.

○ 미래 위해 공장식 축산-살충제 지양

살충제 계란 사태로 사람들은 유기농 계란이 비싸지만 많이 찾았어요. 방사해서 닭을 키운 동물복지인증 계란이 인정을 받은 것이죠.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양계장이 동물복지를 고려한 방식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뜻하지 않게 이런 농장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어요. 일부 농장에서 닭과 계란에서 금지 물질인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이 검출된 것이에요.

이 농약은 독성이 너무 강해 1979년 이후 생산이 중단되었어요. 사람들은 유기농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것을 보고 많이 화가 났어요. 보통 계란보다 비싼 값을 지불했지만 결국 속은 셈이죠. 그런데 조사 결과 과거에 사용했던 농약이 흙 속에 남아 있었는데 닭이 흙을 쪼아 먹어 검출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선진국의 경우 유기농의 기준이 농토 자체도 화학물질이 없어진 깨끗한 상태에서 작물이나 가축을 키우는 것이라고 해요.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 공장식 축산과 더불어 농약이나 살충제는 앞으로 점점 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할 것이에요. 또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실천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자연방사 방식으로 닭을 키워도 문제는 많이 남아 있어요. 자연방사 방식으로 9000마리를 키운다면 공장식 축산으로는 최소 20만 마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비싸게 판다고 해도 자연방사 방식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워요. 그래서 유통구조를 개선해 적절한 가격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해요. 학교 급식에서 친환경 쌀과 육류를 구입해주듯이 동물복지인증 계란을 구입해주는 것도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일 것이에요. 미리미리 준비해서 다시는 맛있는 계란을 먹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
#공장식 축산#살충제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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