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신도시, 근본 문제는 주차장 높이 기준…119구급차도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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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10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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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입주민 안전과 환경을 위해 공원화한 1층 지상으로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단지들이 늘면서 택배 기사와의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10일 이른바 ‘갑질 지침’을 만들어 택배기사에 대응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모 아파트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문제를 겪은 아파트가 여럿 있다. 이날 온라인에는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는 누리꾼들이 많았다.

이 같은 갈등이 빚어지게 된 근본적 배경에는 택배차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택배차가 지하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불거지지 않았을 문제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구 높이는 대부분이 2.3m에 불과해 탑차 진입이 불가능하다. 전문 택배사들이 사용하는 트럭은 대개 높이가 2.5~2.7m다.

입주민들은 손수레로 옮겨 배달하거나 높이가 낮은 차로 바꾸라는 입장이지만, 이렇게 할 경우 택배사로서는 정해진 시간에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고, 수익 면에서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된다는 입장이다. 다산신도시 모 아파트도 단지 내 진입이 막힌 택배기사들이 정문으로 택배를 받으러 나오라고 요구하자 입주민들이 ‘대응 지침’을 만들어 공지하면서 논란이 빚어진 것.

현행 주차장법시행규칙(노외주차장의 구조·설비기준) 등 관련법에 따르면, 주차장 출입구 높이는 바닥면으로 부터 2.3m 이상을 충족하면 된다. 이 높이 규정은 1979년 8월 관련 규칙이 처음 시행된 후로 약 40년 간 그대로다. 더욱이 실제 주차하는 부분의 높이는 바닥면으로부터 2.1m 이상이면 되기 때문에 입구보다 더 낮은 경우도 많다.

더 큰 문제는 응급 차량이다. 119 구급차의 높이는 2.4m로 주차장 입구 높이 2.3m보다 높다. 단지 내 진입을 못하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뛰어가야 하는데 ‘골든타임’ 놓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광주광역시 동구의 모 아파트에서 “아버지가 주자장에서 갑자기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은 119가 3분 만에 아파트에 도착했으나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10분을 더 지체한 끝에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가 있었다. 이 환자는 결국 이틀 뒤 숨졌는데, 유족은 지체된 10분을 한스럽게 여기고 있다.

아파트 지상은 공원으로 꾸미면서 주차장 출입구 규격은 기존대로 만들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택배 갈등 뿐 아니라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이 내재돼 있는 만큼 현실에 맞는 규격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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