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임대주택 주변 집값 올랐는데… 갈등 심했던 가좌-강서지역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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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짜리 빈민 아파트, 우리 동네엔 안 됩니다.’

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우편함에 꽂혀 있던 안내문의 내용이다. 안내문을 만든 건 ‘임대아파트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비대위는 “서울시가 청년임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파트 옆에 빈민 아파트를 신축하려 한다. 주변이 슬럼화하고 아파트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며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이 아파트 783가구 중 562가구가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 집값 떨어지고 슬럼화한다?

최근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임대료가 싼 전용 주거시설 신축이 곳곳에서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상 지역마다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 강동구 역세권 청년임대주택과 서울 성북구 행복기숙사 등은 추진 반대 주민들 탓에 수년째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반대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과 지역 슬럼화 등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청년 주거시설은 기존 주택의 시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가격을 떨어뜨린 사례는 더욱 찾기 힘들다. 지난해 2월 입주한 서대문구 가좌지구 대학생 특화 임대주택과 2014년 4월 강서구 공공기숙사가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건설 전 주민 반대가 심했던 곳이다.

9일 두 지역의 공인중개사사무소 7곳은 “집값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좌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100m² 크기의 아파트가 1년 전에 비해 1억 원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또 근처의 78.4m²짜리 아파트는 2017년 1월 한 채에 4억4500만 원에 거래됐으나 대학생 임대주택 입주가 끝난 2018년 1월 5억 원에 팔렸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 것을 감안해도 대학생 임대주택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하긴 힘들어 보였다.

강서구 공공기숙사 주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 중에 근처에 공공기숙사가 있는 걸 걱정하는 사람은 못 봤다.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기숙사 근처의 84.8m² 크기 아파트 한 채의 실거래가는 2014년 공공기숙사 입주 후 지금까지 2억 원가량 올랐다.

슬럼화 걱정도 기우라는 평가다. 가좌지구를 담당하는 마포경찰서 월드컵지구대 측은 “대학생 임대주택 입주 후에도 치안 수요는 별로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근처 아파트 주민 장모 씨(60·여)는 “젊은 사람이 많이 모이면 술 마시고 싸움 벌어질까 걱정했는데 임대주택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고 말했다. 강서구 공공기숙사도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덕분에 새로운 유흥가가 들어서지 않았다. 현재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영등포구 청년임대주택 부지 근처에도 초등학교가 있다. 술집 등 유흥업소가 새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환경오염 및 안전 대책은 필요

대상 지역의 주민들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소음과 매연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공사 기간과 입주 후 교통 혼잡도 우려하고 있다. 영등포구 청년임대주택 반대 비대위는 “공사 진동과 소음, 모래먼지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실 이런 피해는 기존 지역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됐다. 월드컵지구대는 “가좌지구 대학생 임대주택 공사 때도 소음 민원이 수차례 들어왔다”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주민들이 소음이나 안전 피해를 가급적 덜 받도록 하겠다. 안전기준에 맞춰 확실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영등포구 임대아파트 반대 비대위는 “청년을 빈민이라고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도 청년 주거 문제에 공감한다”면서도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생긴다면 시에서 확실한 대책 마련에 힘써 달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영등포 청년임대주택은 626채 규모로 올 9월 착공해 2020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김자현 zion37@donga.com·최지선 기자
#청년임대주택#집값#슬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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