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학생부종합전형 고칠 때 교각살우 우를 범하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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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충렬소래고등학교 3학년 부장
한충렬
소래고등학교 3학년 부장
올 8월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2019대입에서 학종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전체의 24.3%로 수능 중심인 정시모집 23.8%보다 비중이 높아졌다. 소위 상위권 대학으로 불리는 서울 11개 대학은 학종 선발인원이 45% 이상으로 비중이 매우 높다. 문제는 학종이 ‘신뢰성’과 ‘공정성’에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학종은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정성평가 측면이 강하다. 평가 내용을 객관화해 상세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깜깜이 전형’으로도 비판받고 있다.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는 데는 주요 평가 자료가 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대한 학교·교사 간 기록의 차이가 크다는 점도 있다. 1년간 교내상이 한 건도 없는 학교가 있는 반면 수백 건의 상을 남발하는 학교도 있으며, 특정 학생들에게만 상을 몰아주고 유리하게 기록해주는 등의 편법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니 일각에선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학종 자체를 폐지하고 수능 중심 선발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교사들 또한 학생부 기록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 증가를 호소한다.

교육부는 학생부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부 기록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교내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한 학생은 대회 관련 활동내용을 어느 항목에도 기록하지 못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과열현상을 막는다는 이유로 내년부터는 교내수상실적과 자율동아리도 기록에서 제외할 태세다.

학생들은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대회를 준비하고 참가하면서 성장을 할 수도 있는데 기록 제한이 교육적인가에 대한 이견도 있다. 교내대회 과열과 학교별 격차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대회 횟수를 제한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아리도 담당 교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수 제한 탓에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정규동아리에 희망대로 가입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럴 때 관심 분야가 비슷한 친구들이 모여 자율동아리를 스스로 조직하고 활동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학종 편법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고 학종을 없애 순기능조차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다. 20여 년간 입시 지도를 해오면서 수시로 바뀌는 대입제도에 따라 학교 교육의 풍토가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보아 왔다. 대입제도는 학생선발의 도구로만 작용할 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의 풍토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현장교사로서 학종의 비중 확대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더라도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실제 학종 덕분에 학생들이 바뀌고 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고민을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워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수업이 살아나고 있다. 학생이 토론하고 발표하는 참여형 수업으로 바뀌고 있으며 자율학습으로 활용됐던 비주요 교과수업도 주요 교과수업으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교사들도 수업 방식과 내용을 다양화 해 학생들의 역량을 잘 이끌어 내려고 고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더 많이 소통하게 돼 학생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학종이 대입 전형으로 도입된 지 갓 10여 년(과거 입학사정관제 포함) 지났다. 정착 과정이라 많은 문제점이 표출되고 있기에 그것을 해결하기위한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에 몰두해 순기능까지 지워지는 간소화 위주의 대책은 옳지 않다. 학종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학종의 장점까지 없애버리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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