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일 대피통로 계단으로 화염 퍼져 꼼짝없이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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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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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사의 탈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창문으로 빠져나온  남성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건물 8층 창문으로 시뻘건 화염이 삐져나오고 건물 전체를 검은 연기가 휘감고  있다. 이날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YTN 캡처·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사진=필사의 탈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창문으로 빠져나온 남성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건물 8층 창문으로 시뻘건 화염이 삐져나오고 건물 전체를 검은 연기가 휘감고 있다. 이날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YTN 캡처·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영주 교수는 22일 전날 충북 제천시의 스포츠센터 8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에 대해 외장재 문제, 복잡한 미로 같은 구조 등이 문제가 됐을 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화재 현장의 동영상·사진들을 보면 1층에서 불이 붙어서 저층 부분의 드라이비트(dryvit)가 급격히 연소하면서 연기라든지 화염이 굉장히 거세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드라이비트 공법이란 건물 외벽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것으로, 돌로 외벽을 공사할 때보다 비용이 1/2 수준으로 저렴하고 공사 기간도 절반 정도 단축돼 건축주가 선호한다.

이 교수는 “화염이 외벽을 타고 건물 전체로 직접 확산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필로티 구조(벽체를 없애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방식)의 건물 계단이나 출입구 부분 쪽으로 연기와 화염이 들어가서 수직으로 펴져 있는 계단 부분을 통해 상층부까지 빠르게 연소 확대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건물은 1층이 주차장인 필로티 구조로 돼 있어 엘리베이터 1대와 그 옆 계단이 유일한 대피 통로였다.

그는 사망자 29명 대부분이 질식사한 것에 대해 “유일한 대피 통로인 계단 자체가 사실 피난이 불가능하고 오히려 그쪽에서 연기가 굉장히 급속하게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이분들은 꼼짝없이 갇혀서 이렇게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자 29명 중 20명은 2층 목욕탕 여탕에서 발견됐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사우나 특성상 탈의·샤워를 하는 공간은 폐쇄성이 굉장히 높다. 이는 비상시에 대피를 하는 게 수월하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아마도 대부분 늦게 인지를 했고, 이미 인지해서 도망가는 시점에서는 탈출구가 없이 연기에 상당히 노출된 상태에서 화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센터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라 기존의 다른 사고에서도 경험했던 일들이 똑같이 일어나 굉장히 안타깝다”며 “(소방 사다리)차량의 폭은 6m 이내인데 멈춰서 전개를 해서 활동을 하려면 최소 8m 정도, 여유 있게 10m 정도는 확보가 돼야 한다. 이면도로 등에 불법주차가 한 대 정도만 있다고 해도 도로 폭이 굉장히 좁아지기 때문에 소방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소방 사다리차가 고장 나 구조가 늦어졌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나오면서 소방당국의 초기대응 부실 논란도 제기됐다. 목격자들은 “사다리가 펴지지 않아 초기 구조와 진화에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소방당국은 “45% 경사로 사다리를 펴야 하기 때문에 공간이 있어야 했고, 이 때문에 주차된 차량 이동 조처가 필요했다”며 “주차 차량 4대를 견인하면서 늦어진 것일 뿐 사다리차가 고장 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화재가 난 건물 자체가 5, 6, 7, 8층 부분이 (피라미드처럼)경사가 졌는데, 그런 경우 사다리차가 전개를 했을 때 활동을 할 수 있는 각도가 나와야 한다. 이렇게 건물이 기울어지면서 사면이 생기는 형태에서는 소방당국의 의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유리 구조’ 문제도 지적됐다. 이 교수는 “바닥면적이 1000제곱미터 이상의 대형 건물의 경우에는 외벽이 막혀 있는 이런 부분들을 ‘무창층’이라고 한다. 이렇게 창이 없는 구조로 되어 있을 경우에 화재가 났을 때 연기를 빼줄 수 있는 배연창을 설치한다든지 건물 내부에 강제로 연기를 빼줄 수 있는 제연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건물 같은 경우는 그런 적용대상에서 제외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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