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육은 ‘협력’이 기본… 교수는 지시자 아닌 조력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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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동아일보 주최 글로벌 교육혁신 포럼 및 심포지엄

19일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에서 수전 머콧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디랩(D-Lab)’에서 학생이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아산=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9일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에서 수전 머콧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디랩(D-Lab)’에서 학생이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아산=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려면 대학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어야 할까. 순천향대와 동아일보 공동 주최로 19일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에서 열린 ‘글로벌 교육혁신 포럼 및 심포지엄(GLIFS 2017)’에서는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개국의 대학교수와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려면 기존의 강의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활발히 상호작용하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학서 배운 지식, 평생 사용은 불가능”

이번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던 레티시아 카바냐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현대사회가 복잡한 문제로 얽혀 있는 만큼 정답이 하나만 있다고 규정하고 여기에 맞춰 교육하면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사회 변화 흐름에 맞춰 교육도 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카바냐로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나아가야 할 교육방향으로 평생교육과 ‘오픈 루프 대학(Open Loop University·지식과 기술이 필요할 때마다 들어와 공부할 수 있는 개념의 대학)’을 제시했다. 기술이 계속해서 바뀌고, 미래 일자리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학부 4년, 석사 2년 등 정해진 기간 동안 배운 지식을 평생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강의를 듣게 하기보다는 학생 각자의 속도에 맞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학생들은 목적의식 없이 무작정 특정 전공을 공부하기보다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배움의 의미를 찾은 후 여러 가지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전공들을 접목해 나가야 한다.

교육이 바뀌면 그에 맞춰 기존의 평가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카바냐로 교수는 ‘학부 4년’ 동안 낸 결과물로만 학생을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4년이라는 시간은 학생의 능력을 측정하기엔 짧다는 것. 또 결과물로만 평가하게 되면 학생이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정신을 발휘하기보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갇히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능력인 창의성과 생산성을 발휘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선 ‘과정’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좌장을 맡은 크리스토퍼 한 SAP 앱하우스 센터장도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실패하면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며 “학교에서는 실패해도 되고 도전해도 된다. ‘대학은 안전하다’는 사고방식과 기량을 가지라”고 말했다.

○ 교수는 조력자, 협력 교육이 중요

이날 대학의 교육 혁신 사례로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디랩(D-Lab)’이 소개됐다. 디랩은 차세대 혁명이 산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인식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빈곤과 같이 지역사회나 국제 문제에 대해 실용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게 목표인 이유다.

디랩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협력해야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디랩엔 19세부터 35세의 학부, 대학원생, 석사, 박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국적은 미국 브라질 케냐 콜롬비아 중국 등으로 다양하고, 전공도 기계공학 천체물리학 인류학 커뮤니케이션 등 이공계와 인문계를 망라한다. 디랩에서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거나 지시하는 사람이 아닌 ‘멘토’, 조력자다. 비슷한 연령, 국적, 전공의 학생들끼리 교수가 진행하는 강의식 수업을 듣는 기존의 대학들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디랩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은 활발히 토론하며 다른 나라에선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해결 방법을 고안해낸다.

수전 머콧 MIT 교수는 디랩이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한 예로 ‘워시(WASH·Water And Sanitation Hygiene)’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전 세계 60%에 해당되는 인구(44억 명)가 열악한 위생 환경에 놓여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문제를 해결할 장치를 각자 고안해냈다. 한 한국 학생은 오염된 물에서 박테리아를 99.9% 걸러내는 장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해당 장치는 현재 우간다에서 생산돼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바이오샌드 필터(biosand filters)를 만들어 나이지리아에서 물을 정수하는 사업을 진행한 한국인도 있었다. 머콧 교수는 “새로운 교육방법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걸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협력 교육으로 장피에르 사이퍼트 독일 베를린공대 교수는 학계와 기업이 함께하는 연구소를, 수 전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아산=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순천향대#글로벌 교육혁신 포럼#미래 교육#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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