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우상의 폐허’에서 새로운 교육이 길을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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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용 예섬입시연구소장
홍영용 예섬입시연구소장
산업혁명 초기 ‘증기기관차’가 사람들에게 신문명의 상징이었다면, 지금 현대인들은 기차를 보고 여행의 낭만이나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증기기관차가 운행과정에서 수많은 기관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당시 화석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때문에 많은 기관사가 폐질환으로 사망했는데, 그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기관차의 맨 앞에 있던 굴뚝 위치를 기관사 뒤쪽에 배치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이 간단한 해결 방법을 깨닫는 데 인류는 약 100여년이라는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왜냐하면 기관차를 처음 설계할 때 마차를 본떠서 만들었기 때문에, 기관차의 동력기가 말처럼 앞에 위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교육은 정해진 범위 안에서 출제자가 제시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고, 이를 능숙하게 해결하는 학생을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런 학생만이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사회에서는 증기기관차의 설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어렵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관습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라틴어 어원 ‘para-deigma(앞에 놓인 모형)’이 의미하는 것처럼 기존의 문제풀이 모형을 답습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과 사회는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간다는 것을 역사가 잘 보여준다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미래교육의 유일한 목표일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패러다임을 추종하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기하는 능력이 미래 사회에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면 이는 분명 우리 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2015학년도에 서울대학교에서 치러진 마지막 인문논술 문제는 제시문 만을 학생들에게 주고 제시문과 어울리는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서 답안을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 새로운 시도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설정하라는 요구인 동시에, 대학 스스로도 출제자의 입장에만 서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제기한 성찰이었다.

홍영용 예섬입시연구소장
#홍영용#예섬입시연구소장#새로운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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