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고구마도 칭찬에 춤추네∼! 칭찬과 긍정적 언어의 힘 입증한 의령여고 ‘칭찬고구마 교육’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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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여고 교무실 앞 복도와 교실에는 2개씩의 고구마가 놓여 있다. 한쪽 고구마를 담은 접시에는 ‘예쁜 말’이라고 적혀 있고, 다른 쪽 고구마 접시에는 ‘안 예쁜 말’이라고 쓰여 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학생들이 고구마에 다가온다. 학생들은 ‘예쁜 말’ 고구마에게만 여러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해준다. ‘안 예쁜 말’ 쪽 고구마는 외면한다.

요즘 교육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칭찬 고구마 교육’ 현장이다. 칭찬과 고운 말, 긍정적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를 실제로 체험하게 해주는 프로젝트다.

‘칭찬 고구마 교육’의 씨앗은 지난해 4월 뿌려졌다. 이준호 진로교사(45·사진)는 지난해 4월 학교 인성주간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무렵 보았던 ‘말의 힘’ 동영상이 떠올라 ‘칭찬밥 프로젝트’를 21일간 행동으로 옮겼다. 2학년 3개 학급에 밀봉상태의 밥통 2개씩을 놓고 한쪽에만 칭찬과 긍정적인 말을 해주도록 했다. 인간이 습관을 기르기 위해선 최소한 21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맥스웰 몰츠 박사의 말을 좇았는데. 3주 뒤 나타난 결과는 놀라웠다. 무관심 속에서 방치된 밥에서는 악취 나는 곰팡이가, 칭찬을 받은 밥에서는 구수한 냄새의 곰팡이가 피어난 것이다.

이 교사의 실험은 올 9월 초 학교 전체로 확대돼 ‘칭찬고구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학생들의 참여도도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매일 다가와 따뜻한 말을 건네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복도를 지나갈 때면 하나같이 고구마를 눈여겨보는 버릇(?)마저 생겼다는 것.

한달보름이 지난 지금 두 고구마의 생육 상태는 확연히 다르다. ‘칭찬 받는 고구마’의 생육 속도가 ‘욕먹는 고구마’보다 훨씬 빠르다.(사진) 이를 보며 학생들은 긍정적인 말의 힘과 인간의 무관심이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를 자연스레 체득하고 있다.

2학년 권성은 양은 “쑥스러워 친구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기가 쉽지 않았는데 고구마에게 자연스레 할 수 있어 좋다. 고구마에게 한 말이 새싹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보면 행복하다. 새삼 말의 힘을 느낀다”고 했다.


‘칭찬밥’ ‘칭찬 고구마’ 교육 덕분일까. 요즘 들어 욕을 입길에 올리는 학생들이 부쩍 줄어들었다고 한다. 친구끼리는 욕설을 주고받아야 감정 교류가 잘된다고 하던 학생도, 친구끼리 쉽게 어울리기 위해 욕을 한다던 학생들도 두 고구마를 지켜보며 욕하는 걸 삼갔다. 이 교사는 “‘칭찬 고구마 교육’은 학생들에게 바르고 고운 말 쓰기는 물론 긍정적 정서와 태도, 동기를 부여해 진로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의령여고는 한 학년 학생수가 3학급에 80명이 채 안 되는 작지만 강한 학교다. ‘2017년 진로교육 집중학년학기제 시범학교’에 선정됐고, 최근 5년간 학교 폭력이 전혀 없는 학교다.

이 학교 수업탐구교사 공동체 회장이기도 한 이 교사는 “공교육 외에는 의지할 곳 없는 열악한 교육환경이지만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인 학업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독서와 진로융합 프로그램’에 신경 쓰고 있다. 또 멘토 교사와 학생의 일대일 결연으로 ‘사제동행 독서행사’를 열고, 여름과 겨울엔 선생과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진로독서 융합캠프’를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칭찬 고구마 교육’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궁금했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과 사람이 성장하는 데는 똑같이 시간이 걸린다. 그 모습이 닮아있기에 이러한 프로젝트를 계속해 학생들에게 긍정의 에너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자 한다. 선생과 학생이 어우러져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진로교육에서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손진호 전문기자 song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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