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미러에 손목 ‘툭’… 보험금 수천만원 타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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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서행 차량에 고의 신체접촉… 보험금 사기 혐의자 73명 적발
금감원 “합의 말고 보험사 접수를”

지난해 4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골목에서 승용차 한 대가 지나고 있었다. 좁은 길을 조심스레 서행하던 운전자는 갑자기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에 부딪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급히 차량을 세우고 내렸더니 차량 오른쪽에 30대 남성 A 씨가 허리를 잡고 웅크린 채 아파하고 있었다. A 씨는 “왜 가만히 걷는 사람을 치고 가냐”며 병원비를 요구했다. 운전자의 보험사는 보험금으로 160만 원을 A 씨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이는 A 씨가 차에 일부러 손목을 부딪쳐 낸 고의 사고였다. A 씨는 2013년부터 여섯 번이나 이런 사고를 내 피해자로부터 모두 2100만 원을 가로챈 상습범이었다.

금융감독원은 A 씨처럼 고의로 차량에 신체를 접촉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에게서 보험금을 타낸 사기혐의자 73명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같은 유형의 사고로 보험금을 타간 수급자를 집중 조사하던 중 보험 사기가 의심되는 사례를 걸러낸 것이다.

금감원이 적발한 사고 유형의 대부분은 ‘손목치기’(37.9%)였다. 서행으로 달리는 차량이나 후진하는 차량, 주차 중인 차량에 다가가 손목이나 팔 등을 일부러 부딪쳐 합의금을 받는 사기 수법이다.

사기혐의자들은 주로 사이드미러나 전후방 범퍼 등 운전 중인 피해자가 쉽게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노렸다. 이후 염좌 등 가벼운 진단으로 치료를 받으며 보험금을 탔다. 보험회사가 경미한 사고엔 상대적으로 심사를 소홀히 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피해자로부터 뜯어낸 보험금은 건당 80만∼100만 원 수준이었다. 적발된 73명은 적게는 3건에서 많게는 23건까지 보험금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손목치기가 의심되는 경우엔 직접 합의금을 주기보단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해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보험사가 조사 과정에서 과거의 사고 이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보험금이 지급됐다 해도 나중에 가해자에게 돈을 돌려받아 보험사에 납입하면 보험료 할증을 막을 수 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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