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식탁물가 꼼짝 마” 서울시 팔걷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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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가격표시제 이행 점검… 8월까지 특별대책기간 운영
마트-전통시장 직접 안가도 인터넷서 품목별 가격 정보 공개

27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서울시 물가모니터링단 소속 주부가 과일, 채소의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7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서울시 물가모니터링단 소속 주부가 과일, 채소의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주 대비 무는 700원 상승, 삼겹살은 500원 하락했네요.”

24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마트 식품 코너에서 김윤옥 씨(58·여)가 진지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에 물건 가격을 기록했다. 과일이나 채소는 직접 들어보며 원산지와 무게, 신선도 등을 살폈다. 물건은 사지 않지만 누구보다 꼼꼼하게 가격을 체크한 김 씨는 서울시 물가조사 요원이다. 김 씨는 “폭염이나 집중호우가 있고 난 뒤에는 물가 변동 폭이 커 더욱 신경 써서 가격 변화를 본다”며 “시장물가에 관심이 많은 주부로서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목요일 오후에 대형마트 2곳과 전통시장 2곳을 찾아 시민의 ‘식탁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농축수산물 16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다. 김 씨와 같은 물가조사 요원은 서울시에 67명이 있다.

서울시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8월까지를 물가 관리를 위한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한다고 27일 밝혔다. 추석에 대비해 9, 10월 대책도 미리 마련하는 등 하반기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서울시는 물가정보 홈페이지(mulga.seoul.go.kr)에 시장별 물가를 공개해 휴가나 추석 연휴에 폭리를 줄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소비자들이 시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품목별 가격을 세세하게 비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가격을 확인하고 비교하면 조금이나마 장바구니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식품 말고도 외식비와 세탁료, 택배나 볼링장 이용료, 노래방 요금 등도 비교할 수 있다. 주부 김선영 씨(48·여·서울 종로구)는 “미리 가격정보를 알고 장을 보러 가면 확실히 장 보는 비용이 줄어든다”며 “주변에도 이 홈페이지를 보라고 적극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대책기간에는 표시 가격보다 비싸게 물건을 팔거나 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백화점과 슈퍼마켓은 없는지 등 가격표시 제도 운영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추석 연휴 차례상에 많이 올라가는 사과, 배, 대추 등의 반입을 확대하고 출하장려금을 지원해 공급량을 늘리기로 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어 다양한 먹거리를 합리적 가격에 소개하기로 했다.

해외 주요 도시의 물가 수준도 모니터링한다. 물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외국 기업의 한국지사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월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과 미국 컨설팅 전문업체 ‘머서(MERCER)’의 주요 도시별 조사에서 서울의 물가는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

EIU 조사에서는 서울의 식빵 가격이 14.82달러(약 1만6000원)로 해외 주요 도시 가운데 제일 높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원화 강세로 인한 환율 변동과 해외 주재원의 생활패턴 및 구매방식에 따른 조사여서 다소 과장됐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는 서울의 물가수준이 47개국 주요 도시 가운데 24위였다.

김창현 서울시 공정경제과장은 “조사기관에 따라 비교 대상 품목이 차이가 있는 등 세계 도시의 정확한 물가 비교는 쉽지 않다”며 “물가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착한 가격’ 업소를 지원하는 등의 물가 안정화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조유라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휴가#물가#유통#식품#서울시#물가모니터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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