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선향 교사의 ‘아하,클래식’]국악과 서양음악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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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체계, 음계와 조성 이야기

○ 장조, 단조가 규칙이라고요?

〈그림 1〉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농구공 축구공 야구공 테니스공.
〈그림 1〉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농구공 축구공 야구공 테니스공.
<그림 1>처럼 색깔과 모양이 있으면 어떤 경기에 쓰이는 공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모양도 없는 둥근 공을 하나 주며 “이 공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축구 농구 배구 피구 등 여러 경기를 이야기 하겠죠. 음악도 12개의 음(‘도레미파솔라시’의 7음과 그 사이의 반음들)으로 구성되지만 어떤 규칙을 따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됩니다. 우리나라 음악(국악)이 서양음악과 다르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 그리고 시대별로 나라별로 음악의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장조(長調), 단조(短調), 장음계, 단음계라는 용어는 많이 들어봤지요? 여러분들이 잘 아는 바로 장조, 단조가 바로 “12개의 음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어떤 규칙을 따르느냐”에 관한 용어입니다.

○ 온음과 반음

〈그림 2〉
〈그림 2〉
음계(音階, scale)란 어떤 음(으뜸음)을 시작으로 하여 다시 한 옥타브 위의 그 음에 도달할 때까지 8개의 음을 정해진 규칙으로 늘어놓은 것을 말합니다. 이 규칙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반음과 온음의 의미를 알아야 하는 피아노 건반에서 하얀 건반과 검은 건반 사이인 ‘도-도#(혹은 레♭)’, 검은 건반이 끼어 있지 않은 ‘미-파, 시-도’ 사이가 바로 반음입니다. ‘도-레, 레-미, 파-솔, 솔-라, 라-시’처럼 하얀 건반 사이에 검은 건반이 끼어 있는 것을 온음이라고 합니다. <그림 2>

이 온음과 반음이 어떤 규칙으로 배열되어 있는지에 따라 장음계(Major scale)와 단음계(minor scale)가 결정되며, 가장 중심이 되는 음(으뜸음)의 이름과 음계의 이름을 합하여 그 악곡의 조성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장조(C Major)’라고 하면 ‘도(다, C)’가 그 악곡의 으뜸음이자 마치는 음이고, ‘도’를 중심으로 악곡이 진행되며 장음계의 규칙을 가지고 있는 악곡을 뜻합니다.

○ 장음계와 단음계



이제 장음계와 단음계가 어떤 규칙으로 되어 있는지 알아볼까요? 먼저 장음계는 옥타브 안에 차례대로 나열한 8개의 음 중 3-4번째 음(미-파)과 7-8번째 음(시-도)이 반음이며 다른 음 사이는 온음으로 되어 있는 음계이고, 보통 밝고 명랑한 느낌을 줍니다. <그림 3>

만약에 ‘솔(사, G)’을 으뜸음으로 장음계를 구성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림 4-1>에서 보듯 솔부터 한 옥타브 위의 솔까지 나열한 후에 계이름을 붙여보니 3-4번째 음(미-파)은 다장조 음계와 마찬가지로 반음으로 되어있는데, 7-8번째 음이 아니라 6-7번째 음(라-시)이 반음으로 되어있네요. 그러면, 다장조와 같이 6-7번째 음을 온음으로, 7-8번째 음을 반음으로 만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죠! 바로 7번째 음에 올림표(#)를 붙여주면 됩니다. <그림 4-2>
 

이와 같이 장음계의 규칙(3-4번째, 7-8번째 음은 반음, 나머지 음 관계는 온음)을 알면 어떤 음으로 시작해도 그 음을 으뜸음으로 하는 장음계를 만들 수 있답니다.

단음계는 음계의 구성음 중 2-3번째 음(시-도)과 5-6번째 음(미-파) 사이가 반음이고 다른 음 사이는 온음으로 되어 있습니다. 흔히 단음계로 이루어진 음악은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준다고 이야기합니다.

○ 음계의 음들은 각각의 역할이 있다


<그림 5>
처럼 단음계는 장음계와 같이 그냥 ‘단음계’로 불리지 않고 ‘자연 단음계’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자연 단음계’뿐 아니라 ‘화성 단음계’, ‘가락(선율) 단음계’의 3종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음계인데 장음계는 한 가지, 단음계는 세 가지,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그것은 음계의 구성음의 역할 때문입니다. 7개의 음으로 구성된 음계의 각 음들은 각각의 중요도에 따라 구성음의 이름도 정해지는데, 가장 중요한 음은 음계의 첫 음으로 가장 중요한 음인 ‘으뜸음’(도)입니다. 으뜸음 다음으로 중요한 음은 으뜸음보다 5도 위에 있는 ‘딸림음’(솔)과 5도 아래에 있는 ‘버금딸림음’(파)인데, 이 두 음은 으뜸음이 중심음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음입니다. 그 외에 음계에서 조금 덜 중요한 음들로는 으뜸음 바로 위 음인 위으뜸음(레), 으뜸음과 딸림음 사이에 있는 가온음(미), 버금딸림음과 으뜸음 사이에 있는 버금가온음(라), 으뜸음 바로 아래에서 으뜸음으로 이끌어 주는 ‘이끎음’(시)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끎음과 으뜸음의 관계가 반음이던 장음계와 달리 단음계는 온음 간격이기 때문에 으뜸음으로 끌어주는 역할이 조금 약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이끎음의 역할을 화성적으로 보강해주기 위해 화성단음계, 선율적으로 매끄럽게 해주기 위해 가락단음계가 생겼답니다. <그림 6>

서양음악에서 장, 단조 체계의 조성음악은 거의 모든 음악을 지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이 조성체계도 새로움을 추구하던 20세기 현대음악 작곡가들에 의해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현대음악이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음계의 구성음에 따라 각각의 음들이 상관관계에 따라 진행되지 않고 예측이 불가능한 음들로 진행되는 무조성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
#음악의 체계#음계와 조성#온음계#단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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