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기록물’ 세계기록유산 후보로 선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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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통문, 흥선대원군 효유문 등… 175건, 1만2000여 면 방대한 양
2019년 IAC 회의서 등재 여부 결정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전봉준 장군의 취조 기록인 꺋전봉준 공초꺍와 농민혁명 최초 참가자들의 이름이 적힌 사발통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전봉준 장군의 취조 기록인 꺋전봉준 공초꺍와 농민혁명 최초 참가자들의 이름이 적힌 사발통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내 후보로 선정됐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27일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공모를 통해 접수한 기록물 10건을 심사한 결과 동학농민혁명기록물과 4·19혁명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2013년 정읍시, 2015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각각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가 신청한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175건, 1만2000여 면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동학농민군, 진압에 참여한 민간인, 조선 정부, 일본 공사관 등이 생산한 기록물과 개인의 견문기록물 등 주체도 다양하다. 이 기록물은 동학농민군이 추구한 정의,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 이외에도 동학농민혁명이 중국 중심의 전통적인 동아시아 질서가 해체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현재 기념재단,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고려대 도서관, 천도교중앙총부, 국사편찬위원회 등 총 12개 국가기관이 소장하고 있다. 등재추진위원회 측은 “방대한 자료 가운데 국가기관 등 보존 관리 주체가 명확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만을 동의를 받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전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사발통문과 일괄문서(沙鉢通文과 一括文書·제233호), 양호전기(兩湖電記·제234호), 흥선대원군 효유문(興宣大院君 曉諭文·제235호) 등 3점은 동학농민혁명과 동학정신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사발통문은 동학농민군이 직접 남긴 유일한 자료로, 상징적 의의와 사료적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크다. 1968년 정읍시 고부면 신중리 한 집 마루 밑에 70여 년 동안 묻혀 있던 족보 속에서 발견됐다. 사발통문 서명자 중 한 사람인 송국섭의 손자 송종수 씨(1925년생)가 보관해 오다가 2015년 2월 함께 보관해 오던 ‘송대화 대접주 임명장’ 등과 함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 기탁해, 현재 정읍시 덕천면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흥선대원군 효유문’은 흥선대원군이 동학농민군에 해산할 것을 종용하는 문서이다. 그러나 실제 흥선대원군은 전봉준 등 농민군 지도부에게 밀사를 보내고 밀지를 내려 봉기를 유도했다. ‘양호전기’는 동학농민혁명 1차 봉기 때 정부 토벌군 책임자인 양호초토사(兩湖招討使) 홍계훈이 1894년 4월 3일부터 5월 28일까지 고종을 비롯한 조선 정부의 각 기관과 주고받은 전보를 날짜순으로 수록해 놓은 기록이다. 특히 전주성을 점령한 동학농민군과 완산칠봉에 주둔한 진압군의 공방전과 ‘전주화약(全州和約)’이 성립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는 2019년 열리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회의에서 결정된다. 현재 국내에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5·18기록물 이산가족기록물 등 모두 11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승우 이사장은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신청을 계기로 국내와 동아시아 차원에 머물러 있던 동학농민혁명의 가치가 세계화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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