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아파트 추락사고, 전문가 “충동조절 실패, 상식선 설명 못 해…일단 상황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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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15일 1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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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 외벽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가 추락사했다. 15층에 살던 아파트 주민이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밧줄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분노와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해 심각한 범죄에 이르는 사례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 프로파일러는 “표면적으로 (이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을) 쉽게 인식할 수 없어서 문제”라며 “보편적이거나 상식의 선에서 해결되거나 설명될 수 없어 위험하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씨는 15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런 사람과 맞부딪혔을 때) 가장 현실적인 대처방안은 그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조절한다든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빠른 시간 안에 일단 그런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8일 오전 경남 양산시의 아파트에서 김모 씨(46)가 4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김 씨는 옥상에서 내린 밧줄에 의지한 채 12층 부근 창틀에서 실리콘 충전작업 중이었다. 12일 경찰은 수사 끝에 이 아파트 15층에 살고 있는 서모 씨(41)를 살인 등 혐의로 체포했다.

사건 당시 서 씨는 아파트 외벽에서 일하던 인부 4명 가운데 2명이 휴대전화로 음악을 켜놓아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되자 한 차례 주의를 줬다. 그러나 계속 음악이 흘러나오자 집에 있던 공업용 커터 칼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김 씨의 밧줄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 씨는 욱하는 마음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권 씨는 “음악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기의 주장이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무시당한다는 느낌 자체가 이 범행의 동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노조절장애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충동 조절 실패의 경우 순간순간 어떤 자극이나 촉발 요인에 의해 감정이 폭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경우, 오랫동안 지속된 감정을 사소한 음악소리나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싶었을 때 폭발하는 충동 조절에 실패하는 경향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가)사소한 일에 너무 과도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면, 어딘가 상식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치료감호시설에 수감된 적이 있는 점 등을 토대로 정신 관련 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증상으로 인한 처벌 감경 가능성에 대해 권 씨는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봐서는 그 결과에 대해 본인이 충분히 알고 있었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며 “범행 자체가 상당히 계획적이고 자신의 의도와 감정이 충분히 발현됐기 때문에 충분히 처벌 기준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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