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발언대]과밀사육 황새, 야생복귀 청사진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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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룡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박시룡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에는 현재 96마리의 황새가 있다. 황새들은 330m²에 4마리나 사육되고 있다. 황새의 날개를 편 길이가 2m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비좁다. 당초 최대 40마리 사육시설로 지어졌는데 현재 2배가 넘는 상태다. 3년 전부터는 사육 상태의 번식도 완전히 차단해 가짜 알을 넣어 불임을 유도하고 있다.

비좁은 공간에서 수컷 간 싸움은 매우 빈번해졌다. 심지어는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년 전부터 황새 복원 주무기관인 문화재청에 예산황새공원(황새윗마을 사업)에 이어 황새아랫마을 조성 사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아직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황새 복원의 본질은 사육 상태에서 황새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복원의 의미를 살펴보면 과거 서식지(번식지)에 복귀(Reintroduction)시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1996년 러시아에서 황새를 처음 도입할 당시 황새 복원의 주무기관이 돼 황새를 약 160개체까지 증식시켰다.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충남 예산군에 황새공원을 조성해 교원대가 사육 중인 황새 60마리를 이전시켰다. 이듬해에는 8마리가 야생으로 복귀했다. 이후 문화재청의 역할은 끝이었다. 현재 교원대와 예산군에서 사육 중인 황새들의 관리비를 지원하는 것 말고 이 사업엔 손을 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예산황새공원에는 67마리가 있는데 충분한 공간이 아니다. 교원대 내의 황새들의 과밀 사육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다른 지자체(과거 번식지)로 조속히 이전시켜 야생 복귀를 서두르는 것이다. 한반도의 과거 황새 번식지는 예산(한반도 황새 복원 1권역) 외에 충북 음성과 진천(2권역) 그리고 인천 강화 및 황해도 배천과 평산(3권역)이 있다.

우리보다 10년 앞서 야생 복귀를 시작한 일본 문화재청은 황새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황새 복원 사업을 지속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황새 전담 공무원은커녕 담당자마저 자주 바뀌면서 복원 사업이 큰 시련을 맞고 있다. 당국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 한반도 황새 복원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황새 전담 공무원 배치와 한반도 황새 복원의 청사진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박시룡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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