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일부 학생 인권 보호하려고 다수 학습권 피해 눈감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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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문학평론가·전직 교사
장세진 문학평론가·전직 교사
교권 침해가 늘고 있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2016년 교권 회복 및 교직상담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572건으로 2015년(488건)에 비해 17%, 10년 전 2006년(179건)에 비해서는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상담 건수는 7년 연속 증가했다. 교사가 학생이 던진 책에 맞아 피를 흘리고,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과 주먹질을 하는 등의 사례는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충격적인 일이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필자가 지난해에 정년을 2년이나 앞당겨 명예퇴직을 한 이유 중 하나도 수업 방해 학생들로 인한 교권 침해 때문이었다. 어린이집 아이들도 아닌 일반계 고교생들이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돌아다니기 일쑤였고, 수업 중 떠드는 학생이 많아 교실인지 카페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학급이 있을 정도였다. 수업 중에 왜 돌아다니느냐고 학생에게 물으면 ‘친구에게 거울 빌리러 간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너무도 당당하게 대기도 했다.

교실에 이런 학생들이 있으면 교사가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훈계를 하다 보면 수업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데, 시간 낭비를 막는다고 그런 학생들을 무시하고 수업을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위기가 갖춰져야 수업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상당한 피해가 될 수밖에 없고 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도 수없이 했다.

교실 분위기를 바로잡기 어려운 데에는 ‘학업 중단 숙려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는 학업 중단 의사를 밝힌 학생에게 2∼3주간 숙려 기회를 부여하고 상담 등 프로그램을 지원해 학업 중단을 예방하는 제도다. 문제를 일으켜 자퇴하려 하거나 퇴학당할 위기에 처한 학생들까지 학업 중단 숙려제 대상이 되는데, 이런 학생들을 ‘억지 춘향’으로 학교에 붙잡아 두려다 보니 피해가 크다. 숙려제 대상 중 적지 않은 학생이 자숙이나 근신을 하기보다는 그간 해오던 행동을 교실에서 계속하기 때문이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학업 중단 숙려제 때문에 학업 중단 학생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자랑인데, 일부 학생 때문에 교실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 나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나는 공부하려는 대다수 학생이 일부 수업 방해 학생들 때문에 오히려 기죽어야 하는 교실 분위기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2년 먼저 학교를 떠났다. 이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당수 교사가 공감하는 문제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다. 교사가 명퇴 등으로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선량한 많은 학생들이 받는 수업권 침해다. 현장의 사정은 심각한데, 일부 교육청에선 수업 방해 학생들을 복도로 내보내는 것조차 인권 침해라며 못 하게 한다. 소수 학생의 인권을 위해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방향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장세진 문학평론가·전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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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교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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