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애인 필요물품 제작지원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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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인 턱받이 제작 계기… 초기 개발비-수요조사 지원키로

“기저귀 값이 월 15만 원, 20년 넘게 4500만 원이 들었지만 건강보험 혜택도 없습니다. 그마저 뇌병변 청소년들에게 맞는 기저귀는 시중에서 찾을 수가 없어요.”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중애모) 이정욱 회장(50·여)은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가 여전히 어렵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털어놨다. 유아용 기저귀는 너무 작고, 성인용 기저귀는 밴드 형태나 사이즈가 신체에 맞지 않다. 용변을 가리지 못해 잘 때는 꼭 필요한 방수용 패드도 마찬가지다. 시중에서는 아기용 방수패드밖에 구할 수 없다. 침대 싱글 사이즈 정도로는 나와야 새지 않고 쓸 수 있다는 것이 보호자들의 의견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장애인 부모의 수요를 반영한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다. 수요가 많지 않아 매출을 담보할 수 없다며 관련 기업이 제품 개발에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정부에서 복지용구(用具)라는 이름으로 의료용품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어렵다.

서울시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장애인 의료보조용품 개발 및 초기 비용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가 초기 제품 개발 비용과 제품에 대한 전국 수요 조사를 지원하면 공동 구매자를 많이 모을 수 있어 구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기업으로서도 대량 판매가 가능해진다.

서울시가 장애인용품 개발 및 구매 지원에 나서게 된 데는 1월 열린 ‘디자인 톡톡쇼’가 한몫을 했다. 톡톡쇼에서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뇌병변 장애인 부모들이 원하는 턱받이(사진)와 옷 수선 리폼북(reform book)을 제작했다. 이 쇼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뇌병변 장애인 보호자들의 감사와 문의 전화가 서울시로 쇄도했다. “장애인 부모로서 그런 일을 한다니 고맙다. 지방에 사는 우리도 사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전화들이었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기업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다양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체 기금을 마련하는 방법이나 사회적 펀딩을 받는 방법 등 추가적인 재원 조달 방법을 보호자 모임에서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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