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독감환자 역대 최다… 또 늑장 정부, 조기방학 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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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교에 인플루엔자(독감)가 급속히 퍼지며 학령기 독감 의심 환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정부는 20일 일선 학교에 조기 방학을 권하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이 연령대의 독감 환자 수가 유행 기준을 넘은 것은 이미 한 달 전이어서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방학 전 바이러스 ‘기습’에 초중고교 속수무책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11∼17일 병·의원을 찾은 7∼18세(학령기)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가 152.2명으로 직전 한 주(4∼10일) 107.7명보다 크게 늘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2013년 독감 표본감시 체계가 정비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2월 셋째 주(115.6명)를 앞선다.

 초중고교 연령대에서 독감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집단생활에서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독감 유행이 겨울방학 전에 시작된 건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 유입된 독감 바이러스가 국내의 춥고 건조한 날씨를 만나 활동성이 높아져 학생들의 몸에 숨어들었고, 이들의 비말(침방울)을 접촉한 다른 학생으로 바이러스가 급속히 번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아이가 감염병에 걸려도 학교 결석은 피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인식과 맞물려 유행이 심각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독감이나 감기 의심 증상을 보이는 아동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잦지만 초중고교에선 이 같은 조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0∼6세의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 환자 1000명당 58.9명으로 전 연령대 평균(61.4명)보다 오히려 적었다.

○ 유행 기준 넘은 지 한 달 후에야 늑장 대응

 교육당국은 겨울방학을 앞당기는 등 학교 내 독감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1∼19일 관내 초중고교생 102만 명 중 1만7825명(1.7%)이 독감에 걸리자 의심 환자의 등교 중지와 조기 방학을 권하는 공문을 보냈다. 환자는 초등학생이 1만2356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4202명, 고등학교 1251명, 특수학교 16명 등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구 양전초등학교가 26일로 예정됐던 방학 일을 22일로 앞당기는 등 전국 곳곳에서 등교 중지와 조기 방학 조치가 내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독감 치료제의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10∼18세에게도 21일부터 이번 독감 주의보가 해제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약값의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만5860원이던 타미플루를 7758원에, 1만9640원인 한미플루를 5892원에 처방받을 수 있다. 타미플루에 내성이 생겼을 때 복용하는 리렌자의 가격은 2만2745원에서 6824원으로 내린다. 독감 기운이 나타난 지 48시간 내에 치료제를 먹으면 증상과 전파력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이 ‘골든타임’을 한참 지난 뒤에 이뤄졌다는 지적이 많다. 7∼18세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은 11월 셋째 주에 이미 외래 환자 1000명당 9.8명으로 유행 기준(8.9명)을 넘은 상태였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모든 연령대의 평균 환자 비율이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기다린 뒤 이달 8일에야 주의보를 내렸다. 이땐 이미 7∼18세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이 107.7명으로 늘어나 걷잡을 수 없을 때였다.

 이에 따라 특정 연령이나 지역에서 유행 수준이 높아지면 그에 따른 맞춤형 경보를 단계별로 발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유행 주의보의 전 단계인 ‘예비 주의보’ 등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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