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간 8조… 해외서만 활짝 연 지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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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해외지출, 3분기 사상 최대
추석 연휴 등으로 출국자 급증… 가계소비 중 해외비중 4% 넘어
11월 국내 소비심리는 7년만에 최저

 직장인 이모 씨(33) 부부는 7월 여름휴가로 5박 6일 동안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이들은 1억 원의 은행 대출이 있어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 생활한다. 이렇게 아끼고 모은 돈으로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간다. 올해 여름휴가에는 숙박과 관광, 쇼핑 등을 합쳐 700만 원가량을 썼다.

 해외 관광객과 유학생 등이 증가하면서 올해 3분기(7∼9월) 국내 가계가 해외에서 소비한 금액이 분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8조 원을 넘어섰다. 전체 가계지출 중 해외에서 소비한 비중도 4%를 돌파했다. 저성장의 장기화, 금리 상승 기조로 국내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소비로 지출한 금액은 8조2149억 원(잠정치)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6.8%(1조1803억 원) 증가했다. 여기에는 개인이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하거나 학비 등으로 결제한 금액이 포함된다. 국내에서 해외 온라인몰을 통해 물건을 사거나 출장 가서 쓴 업무비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휴가철과 명절이 겹치는 계절적 요인으로 3분기 해외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가 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 내국인 출국자는 605만 명으로 2분기(507만 명)보다 19.4% 늘었다. 올해 추석 연휴(9월 14∼18일)가 이틀만 연차를 내면 최장 9일의 휴가를 쓸 수 있는 ‘황금연휴’였다.

 이에 따라 분기별 전체 가계 소비 중 해외 소비 비중이 4%를 넘어섰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가계 최종소비지출 191조8024억 원 중 해외 소비 비중은 4.3%였다. 이 비중은 1990년대 주로 1%대였지만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올랐다.

 반면 국내 소비자 심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얼어붙은 상태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4월(94.2)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10월 대비 낙폭은 6.1포인트로 메르스 사태가 터졌던 지난해 6월(6.7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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