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떻게 생각하십니까]초등 1,2학년 교실 청소비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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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내년 28억 책정

 내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이 자녀의 교실을 대신 청소해 주는 풍경이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발표한 2017학년도 시교육청 예산안에 서울 시내 공립 초교 1, 2학년 교실 일부에 청소 용역 지원비(청소비)를 지급하기 위한 예산을 책정했다.

 1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초등 1, 2학년 5627개 학급 중 최대 2800개 학급에 청소비로 학급당 한 달에 10여만 원씩, 연간 약 100만 원이 시범적으로 지원된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안성맞춤 교육과정 운영비 45억여 원 중 28억여 원을 청소비로 책정했다. 한상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시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이 시범운영 학교를 정할 예정이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나 맞벌이 가정이 많은 학교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요즘 초등학교 교실 청소는 학교, 학급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나눠서 하는 편이다. 1, 2학년의 경우 학부모들이 조를 짜 방과 후 4, 5명씩 학교에 와서 아이 대신 교실을 청소한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이 소풍이나 체험학습에 갔을 때 빈 교실에 와서 청소하고 가기도 한다. 아이들이 교사와 함께 청소하는 학교도 있다. 청소 용역 직원은 화장실 청소만 맡는 게 일반적이다.

 청소비 지원 계획에 대해 일부 학부모와 교사는 반기는 분위기다. 초1 담임교사 김모 씨(40)는 “비질이나 걸레질에 서투른 아이들이 물티슈로 대충 닦는 수준이라 청소가 제대로 되진 않는다”며 “1주일에 한 번 정도 전문가가 청소해 주면 교사 업무도 줄고 아이들 학습 환경도 좋아질 듯하다”고 말했다. 한 초1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애들 청소 때문에 월차까지 내야 하나 고민”이라며 “나만 청소하러 못 가면 다른 엄마들 눈치도 보이고, 아이에게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청소비까지 지원하는 건 예산 낭비”라는 주장도 나온다. 초등 교사 김모 씨(28·여)는 “청소도 교육의 일환”이라며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애들이 자기 자리만 치우고 가면 돼 대단한 청소가 필요하지 않다. 청소 요령을 알려주고 1, 2주 정도 지나면 곧잘 한다”고 했다. 김 씨는 “차라리 그 예산으로 청소기나 공기청정기를 사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학교들은 교육청에서 받은 학교 운영비로 예산을 짜고 청소기 구매 여부는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초1 학부모 권모 씨(38)는 “요즘 복지 관련해서 뭐든 다 지원해 주자는 분위긴데 포퓰리즘 같다”며 “이런 돈을 교육에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아이들이 교실 바닥에 앉아서 활동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무엇보다 청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해 청소비 지원을 예산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예산안은 시의회 심의를 거쳐 내달 16일 확정된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초등학교#청소비#지원#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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