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2명 중 1명은 ‘캥거루족’…예술인 절반 이상 월 소득 50만 원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6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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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년 2명 중 1명은 일자리를 구한 후에도 부모가 생활비를 부담하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 예술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월 소득이 50만 원도 되지 않았다.

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청년층 경제활동상태 선택 요인' 보고서에서 취업자 청년(15~29세) 429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2%가 '부모가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했다. 배우자가 부담한다고 답한 청년 비율은 6.5%였고, 본인이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한 비율은 26.7%밖에 되지 않았다. 캥거루족이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살거나,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층을 일컫는 신조어다.

특히 '가구원 간 공동 부담'이라고 답한 비율도 13.5%로 나타나 부모가 전부는 아니더라도 생활비 일부만 부담하는 청년까지 포함하면 캥거루족의 비율은 53.2%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성년이 되면 부모에게서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하는 선진국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현상이다. 월세비용 등 주거비와 물가가 치솟고 있고,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임금을 주는 일자리가 부족한 탓으로 분석된다.

청년 취업자가 자립하는 경우 역시 독립성이 강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부모 소득이 낮아 부모에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비(非)캥거루족 취업자 본인 소득을 제외한 가구 소득은 1390만 원으로 캥거루족 취업자 가구소득(3385만 원)보다 낮았다. 부모 소득이 너무 낮아 어쩔 수 없이 자립한 청년들이 많은 셈이다.

정현상 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직업훈련을 내실화 해 취업률을 높이고 질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업예술인의 소득 역시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관광체육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 활동 증명 예술인 중 280명을 표본으로 지난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6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업 예술인의 68.7%가 예술 관련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월수입이 100만 원 미만이라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43.1%는 월수입이 50만 원 미만이라고 자신의 소득을 밝혔다. 예술 활동을 통한 수입이 200만 원 이상인 경우는 11.9%로 10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월평균 소득은 전업예술인이 102만9000원이고, 겸업예술인이 166만4000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4인 가족 중위소득(439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낮은 소득으로 생활고를 겪는 예술인들은 고용 불안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전업 예술인의 경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36.3%), 임시직(21.3%), 일용직(17.5%)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18~34세 청년 예술인이 임시·일용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63.6%에 달했다.

겸업 예술인도 예술 활동 외 직업이 임시·일용직이 65.6% 정도로 고용이 불안정했다. 이들이 경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누구와 의논하느냐는 질문에 부모라고 대답한 비율(34.3%) 가장 높았다. 부모 외에는 형제자매(16.1%), 배우자(13.9%) 순으로 가족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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