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둘레길 조성 중단 장기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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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km 코스 중 64km만 조성 완료
산림청-토지 소유주와 협의 안돼… 천아숲길 개통후 공사진척 없어

탐방객들이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한라산둘레길을 즐겁게 거닐고 있다.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이후 중단된 한라산둘레길 조성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탐방객들이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한라산둘레길을 즐겁게 거닐고 있다.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이후 중단된 한라산둘레길 조성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단풍나무가 빨갛게 물들었다. 사람주나무도 이에 질세라 노랗고 빨갛게 변신했다. 작은 화산체인 노로오름 근처에는 향기가 상큼한 아름드리 삼나무 숲이 장관이다. 늘 푸른 나무인 굴거리나무 군락과 더불어 계절의 흐름을 잊게 만들었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 나타난 하천인 광령천은 꾸불꾸불 이어가며 바다로 향한다.

 1일 한라산둘레길(이하 둘레길) 돌오름에서 천아수원지까지 11km의 ‘천아숲길’은 알록달록 가을 색감이 완연했지만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일부 덱과 하천 계단이 무너져 내린 곳에서 끊겼다. 끝을 내지 못한 둘레길을 대변하는 듯했다.

○ 한라산둘레길 중단 장기화


 제주지역 해안에 올레길이 있다면 산 쪽에는 둘레길이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다.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붉가시나무 등 상록수뿐만 아니라 때죽나무, 서어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혼재한 지역으로 삼림욕은 물론이고 계절에 따라 다양한 풍광을 제공한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천아숲길 개통 이후 둘레길 조성 사업이 중단됐다. 둘레길 예정 구간의 국공유지를 소유한 산림청, 국립공원을 비롯해 사유 토지주 등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 등에서 둘레길을 지원하고 있지만 인건비가 충분하지 않아 해마다 1, 2개월가량 관리 공백도 발생하고 있다.

 둘레길은 2010년부터 추진됐다. 서귀포자연휴양림, 돈내코, 사려니숲길, 한라생태숲, 관음사야영장, 어승생수원지, 돌오름 등을 연결해 한라산 허리(해발 600∼800m)를 한 바퀴 도는 80km 코스를 만들 예정이다. 서귀포시 무오법정사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시오름∼돈내코∼사려니숲길 입구까지 조성됐으며 서쪽으로는 거린사슴∼돌오름구간∼천아수원지까지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조성 거리는 64km가량이다.

○ 명품 트레일로 조성해야

 중단된 둘레길 조성을 마무리 짓는 ‘해결사’로 나서기 위해 한라산국립공원이 내부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남은 구간은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천아수원지 입구까지 제주시 지역 16km가량이다. 국립공원 지역을 거치지 않는다면 차량 통행이 빈번한 도로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명품 둘레길 조성에 치명적이다. 국립공원 측은 숲길 조성 구간 현장답사, 관계 법령 검토, 토지 소유자 및 이용 상황 등을 조사한 뒤 내년 상반기 사업 구간과 추진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귀포시 시오름에서 돈내코 사이 편백나무 숲은 다량의 피톤치드(항균 물질)를 발산하는 곳이다. 탐방객은 물론이고 제주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 수악교에서 사려니숲길 입구 구간은 이색적인 화산탄을 비롯해 3km가량 삼나무가 길게 이어지는 숲길이 있다. 나무 향기가 몸에 밸 정도다. 자연생태와 경관은 물론이고 임산물 재배 및 채취 현장, 4·3사건 유적 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강만생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제주지부장은 “둘레길은 한라산 탐방로로 몰리는 등산객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남은 구간의 마무리와 함께 쉼터, 횡단보도, 버스정류소 등 편의시설을 보완해야 명품 트레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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