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정렬]국가유공자 진료에 의료진 늘리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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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열 중앙보훈병원장
이정열 중앙보훈병원장
‘시간 나는 대로 씻어라, 먹어라, 잠자라….’ 마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엄마가 하는 말인 것 같지만 사실은 병원장인 필자가 너무도 힘들게 일하는 전공의들에게 안쓰러워 자주 하는 말이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장차 훌륭한 전문의가 되어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인턴, 레지던트 수련시절은 의사로서 가장 힘든 시기이다. 동시에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고와 철학을 함양하고 실천하는 법을 체화해야 하는 정신수양의 시기이기도 하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은 애국지사,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 그리고 일반 시민의 진료를 위해 설립된 병원이며, 고객의 90%가 고령의 유공자와 가족들이다. 1400병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이어서 불철주야 정신없이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외래환자는 하루 5000명이 넘으며 병상도 항상 96% 이상 가득 찬다. 반면 전문의 수는 155명에 불과하고 전공의 역시 135명의 소수이다. 병상 수 대비 전공의 수는 서울대병원의 46%에 불과하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전국 각 병원은 충분한 전공의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우리 보훈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병원의 특성과 업무 종류의 고려 없는 천편일률적인 전공의 배정 기준으로 전공의 수가 너무 적다. 훌륭한 교육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도 교육 기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업무에 치여 지식과 기술을 연마할 시간과 기회가 부족하다. 선배 의사로서 안타까운 심정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으로, 수도권과 지방 간 균형 유지 등의 방침에 따라 전공의 정원과 배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보훈병원처럼 국가가 특수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에 대해서는 본래의 취지에 걸맞은 특수성을 감안하여 의료진, 특히 전공의 배정에 정책적 유연성을 갖추길 절실히 바란다.

 중앙보훈병원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전공의 배정을 위해서는 첫째, 병상 수에 상응하는 합리적 전공의 배정, 둘째, 고령화로 폭증하는 내과 정형외과 응급의학과의 정원 배정 재고, 셋째, 전쟁터에서 겪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치유하는 정신의학과 지원 등이 절실하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국가유공자들의 치료와 질병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제대로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정열 중앙보훈병원장
#국가유공자 진료#중앙보훈병원#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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