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公先私後 실천한 거목들… 인촌상으로 숲을 이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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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상 30년]제30회 인촌상 11일 시상식

1987년 10월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인촌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이호왕 고려대 교수
 부부와 황순원 작가 부부, 재단법인 꽃동네 관계자와 오웅진 신부, 와병 중인 함석헌 선생을 대신해 참석한 5녀 함은선 씨.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김상만 당시 동아일보 명예회장. 동아일보DB
1987년 10월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인촌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이호왕 고려대 교수 부부와 황순원 작가 부부, 재단법인 꽃동네 관계자와 오웅진 신부, 와병 중인 함석헌 선생을 대신해 참석한 5녀 함은선 씨.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김상만 당시 동아일보 명예회장. 동아일보DB
 제30회 인촌상 오늘 시상식“자립자강(自立自强)하여야 한다. 이 땅을 떠나서는 이 겨레가 있을 수 없고, 이 겨레 없이 이 땅이 있을 수 없으므로 이 땅, 이 겨레의 자유는 우리의 정열과 의무로 방위하고 발양할지며 이 땅, 이 겨레의 이익은 우리의 의지와 권리로 옹호하고 확충할지니라.”

 일제강점기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고려중앙학원과 경성방직을 세우며 독립 자강에 힘쓴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1891∼1955) 선생은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를 위해 인촌은 주변에 모이는 인재들에게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스스로도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생활신조를 실천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인촌의 이 같은 뜻을 현양하기 위해 1987년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가 제정한 인촌상이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시상식은 11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2층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린다. 수상자로 선정된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교육 부문),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고문(언론·문화), 백완기 고려대 명예교수(인문·사회), 염한웅 포스텍 교수(과학·기술)에게는 각각 상금 1억 원과 메달이 수여된다.

 
사회 각 부문에서 공헌한 이들의 노력과 업적에 대한 공적 표창이 드물던 1980년대 인촌상은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1987년 제1회 인촌상(학술 부문)을 받은 이호왕 고려대 의과대 교수(현 고려대 명예교수)는 “다들 먹고살기 바빴던 때로 과학 등 학술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지 않았는데, 그런 분위기를 바꿔놓은 게 바로 인촌상”이라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1회 수상자의 면면은 인촌상의 정신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함석헌 ‘씨알의 소리’ 창간 편집인(언론출판)은 역사학자, 기독교사상가, 문필가 등으로 살며 칼보다 강한 글로 시대를 깨운 선각자였다. 한국 고유의 정서를 형상화해온 황순원 소설가(문학)는 수상 2년 전인 1985년 ‘창작과비평사’의 등록 취소 사건이 벌어지자 문인 대표로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데 앞장섰다.

 이후 인촌상은 지난해까지 해마다 2∼7명씩 모두 120명의 수상자를 냈다. 각 분야에서 묵묵히 공익을 위해 일해 온 한국의 거목들은 인촌상으로 숲을 이뤘다.

 교육 부문은 일제강점기부터 민족 교육에 힘쓴 한국 사학(私學)의 산증인 조용구 배명학원 이사장을 시작으로 어린이 교육의 선각자 김애마 전 이화여대 사범대학장, 특수교육의 개척자 김동극 수봉재활원 원장 등이 상을 받았다.

 언론출판과 문학 부문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눈에 띈다. 박경리 박완서 이청준 김주영 소설가, 박두진 피천득 김춘수 시인, 윤석중 아동문학가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인문사회 부문에서는 사학계를 이끈 이기백 교수, 문학평론가 김우창 교수,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 한국 인류학의 개척자 한상복 교수 등 학술적으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을 발굴해 시상했다.

 공공봉사에서는 장애인 교육에 힘쓴 강성숙 수녀, 정신장애인을 시설 운영의 주체로 세운 ‘태화샘솟는집’, 한국 화단의 거장으로 한국농아복지회를 창설한 운보 김기창 화백이 상을 받았다.

 과학 및 산업기술 부문은 KAIST 초대 원장을 지낸 이주천 교수, 물리학자 임지순 교수, LG전자 김쌍수 부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등 과학계와 산업계를 이끈 인물들이 수상자였다.

 인촌상은 탁월함을 인정받은 인재들을 뽑아 업적을 널리 알림으로써 사회의 귀감이 되고, 더 많은 인재가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연륜을 거듭할수록 명예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 됐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인촌상#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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