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 화장실서 여성의 용변 장면 훔쳐본 30대男 ‘무죄’…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8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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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부근 바깥에 마련된 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 장면을 엿본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성범죄 처벌법에서 정한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로 기소된 A 씨(35)에게 무죄를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 씨는 2014년 7월 전북 전주시 한 음식점 부근에서 20대 여성이 실외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그는 여성의 바로 옆 칸으로 들어가 칸막이 사이로 여성의 용변 장면을 몰래 훔쳐보다 적발됐다. 검찰은 같은 해 9월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의 공공장소에 침입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조항을 적용해 A 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공중화장실’이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일반 대중이 아닌 음식점 손님을 위해 설치된 곳이라서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대법원도 “원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과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서의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법원이 엄격한 법 해석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법 문언에만 매달려 국민 상식과 어긋난 좁은 해석을 내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1월 말에도 서울북부지법은 술집 여자화장실에서 여성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 대해 같은 이유로 몰카 촬영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고 성적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성적 목적을 가지고 공중화장실이나 목욕탕 등에 침입한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문제는 법에서 정의하는 공중화장실 개념이 좁다는 점이다. 성폭력처벌법은 ‘공중화장실법’의 정의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법에서 정한 공중화장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화장실, 개방화장실(공공기관의 시설물에 설치된 화장실), 이동화장실, 간이화장실, 유료화장실 등 5곳뿐이다. 남성이 성적인 욕망을 채우려고 여자화장실에 들어갔어도 그 장소가 술집 화장실처럼 특정인에게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곳이라면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공중화장실’의 개념을 좀 더 폭넓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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