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서 상추, 아파트지하서 버섯 키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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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농업 육성 5년째
자투리땅 이용한 텃밭 145만㎡… 올림픽공원 면적보다 넓어져
결실의 기쁨에 주민소통도 활발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 공동체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채소의 모종을 옮겨 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 공동체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채소의 모종을 옮겨 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무악동 인왕산 자락의 빌라촌. 비탈길 한편 50m² 크기의 육묘장(育苗場·모종을 키우는 곳)에는 손가락 길이에 못 미치는 크기부터 어린이 키만큼 자란 식물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다. 상추와 고추, 가지, 감자, 무 등 식탁에 올라가는 채소들의 모종이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 있는 동남아시아 작물인 공심채(空心菜)도 눈에 띄었다.

‘행촌권 성곽마을’로 불리던 이곳은 돈의문 뉴타운과 무악 재개발 구역 사이에 있어 개발계획이 불투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행촌권 성곽마을의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주거지 개선 방식 대신 도시농업을 육성하는 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마을 내 육묘장에서 자란 모종은 도시농업 공동체에 참여하는 빌라촌 주민들의 ‘옥상 텃밭’으로 옮겨져 재배된다. 인근의 빽빽한 아파트촌이 모두 시장이다. 행촌권 도시농업을 총괄 관리하는 고창록 씨는 “도심 속에서 농업기술 교육과 모종 생산, 재배와 판매까지 이뤄지는 도시농업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방치된 자투리땅이나 공동주택 옥상 등을 이용한 도시농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정부가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시농업법)을 제정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인 육성에 나선 때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관련법 제정 5년째인 올해 서울 시내 도시농업 면적은 145만 m²에 이른다. 송파구 올림픽공원(144만5000m²)보다 큰 농지가 서울에 만들어진 것이다.

도시농업은 생활 속 자투리 공간을 합쳐 큰 농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행촌권 성곽마을의 경우 2000가구가 모두 도시농업에 참여할 경우 6만 m²의 옥상 텃밭을 확보할 수 있다. 지하공간도 훌륭한 농사용 땅이다. 아파트 단지 지하공간에 구축한 버섯농장이 대표적이다. SH공사는 지난해 6월 성북구 길음뉴타운 3단지 아파트 지하에 약 100m² 크기의 농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총 3개 아파트 단지 지하에 버섯농장을 조성했다. 좁은 공간에 적합한 다층 구조물을 이용한 ‘수직 농장’ 방식을 적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이 같은 도시농업은 주민 공동체 복원은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 역할도 한다. 정갑수 SH공사 단장은 “버섯 재배 활동에 주민이 참여하고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입주민의 관리비 절감에 쓰인다”며 “아파트 내 입주민 간 소통이 활발해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농업 추진 과정에서 참가 여부나 수확물 분배를 놓고 주민들이 갈등을 벌이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마을 특성에 맞는 농업 선정도 중요하다. 행촌권 성곽마을에서는 도시양봉사업도 했지만 벌이 인근 아파트로 침입하는 피해가 발생하면서 중단되기도 했다. 김형금 서울시 도시농업지원팀장은 “체계적인 교육과 첨단 정보통신기술 접목으로 서울시 환경에 걸맞은 도시농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도시농업#자투리땅#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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