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힘찬병원의 착한 의료이야기]아이 걸음걸이 눈여겨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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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원 소장
차상원 소장
얼마 전 한 어머니가 다섯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병원에 들어섰다. 잘 걷던 아이가 갑자기 절뚝거리며 통증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성장통인가 싶어 밤새 다리를 주물러 주었지만 이튿날부터는 고열이 나고 더 걷지도 못해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진찰을 해보니 화농성 관절염이었다. 즉시 관절낭을 절개하고 염증을 뽑아내는 배농술을 시행했다.

화농성 관절염은 관절 내에 상처 부위나 혈관을 통해 들어온 세균으로 인해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즉시 수술적 치료를 하지 않으면 관절연골 또는 성장판이 손상돼 다리가 짧아지거나 심한 관절 변형이 생길 수도 있다. 멀쩡했던 아이가 절뚝거리며 걷거나 고열과 다리 통증이 오래 지속된다면 단순히 성장통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소아 화농성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이가 팔자걸음이나 안짱걸음을 걸을 때는 뼈 뒤틀림이 원인일 수 있다. 대부분 태어날 때 뼈가 뒤틀려 있을 수 있지만 3, 4세까지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9세까지 성장하면서 뒤틀린 증상이 자연히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과도하게 뒤틀린 경우는 수술적 교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9세 이상이 되어서도 안짱걸음, 팔자걸음이 계속되거나 TV를 볼 때 다리를 바깥쪽으로 돌려서 W자 형태로 앉으면 정확한 검진과 교정치료 또는 심할 경우 뼈를 교정하는 절골술이 필요하다.

또 4∼8세에 걷기를 힘들어하며 자주 쉬거나 운동을 할 때 골반이 아프다고 하면 유소년기 특발성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 봐야 한다. 조기에 치료하면 대부분 성장이 끝난 후에도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방치하면 영구 장애가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신생아의 발달성 고관절 탈구(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를 진단하지 못하고 방치한 경우가 있는데 한쪽 탈구만 진행되면 절뚝거리며 걷게 되므로 이상 신호를 알아채기 쉽다. 하지만 양쪽 탈구가 모두 진행되면 엉거주춤 걸을 뿐 외형상 특별한 이상이 없어 발견하기가 어렵다. 이를 방치하면 탈구가 계속 진행되면서 다리가 짧아지고 근력이 약해지며 다리를 절게 되고, 퇴행성관절염이 조기에 생기는 등 문제가 나타난다.

이처럼 아이의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관절이나 뼈에 문제가 있다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평소 아이 걸음걸이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이상 증상이 보이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함으로써 심각한 질환이나 관절 손상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차상원 소장
#성장통#다리 절뚝거림#화농성 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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