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소유자들 “엉터리 행정” 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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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신고 마쳐도 부동산 등기부엔 옛주소 그대로
주민등록-등기 전산망 별도 관리… 전문가 “실시간 연동시스템 필요”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강모 씨(69)는 최근 재산 목록을 점검하다가 1994년 매입한 제주 땅의 등기부에 적힌 자신의 주소가 실제 거주지와 다른 걸 확인했다. 1997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대치동으로 이사한 후 전입신고를 하면서 등기부 속 주소도 자동으로 바뀐 줄 알았다. 강 씨는 “그동안 이전 거주지로 갔을지도 모를 땅에 대한 우편물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 씨처럼 주민등록과 부동산등기부상 거주지 주소가 다를 경우 정작 당사자는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해 토지 소유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주민등록과 부동산등기가 관할에 따라 별도로 관리되기 때문으로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주민등록과 부동산등기는 보안을 위해 외부와 차단된 각각의 전산망으로 관리돼 현재로서는 물리적으로 연동할 수 없다. 등기 내용을 바꾸는 것도 부동산등기법에 의해 당사자가 직접 부동산 관할 등기소를 찾아 신청해야 한다. 서울지역의 한 지방법원 등기관은 “법원이 등기부 내용을 직권으로 바꾸는 건 등기관이 잘못 기록한 걸 고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등록과 등기부 속 거주지 주소가 달라도 소유권에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쉽게 토지 소유주를 확인할 수 있는 특성상 행정 편의를 위해 등기부상 주소를 활용하는 일이 많다. 외지인 소유 토지가 많은 제주에서도 토지 소유주에게 각종 안내문을 보낼 때 등기부상 주소를 쓰는 일이 많지만 매번 20∼30%가 주소 불일치로 반송된다.

전문가들은 주민등록과 등기부 주소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융 가입 정보도 클릭 한 번으로 맞출 수 있는 시대에 주민등록과 등기부의 주소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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