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드높은 전세금 장벽… 강남-강북권 안에서만 ‘맴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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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 전세거래 패턴 분석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이모 씨(37)는 5세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서울 강남구로 이사할 생각이었지만 최근 마음을 접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아도 전세금에서 2억∼3억 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일단 광진구나 강동구를 징검다리로 삼고, 중학교 진학 전에 강남 진출을 다시 시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강남은 강남끼리…그들만의 섬

동아일보는 국토연구원과 2014년 이뤄진 수도권 전세거래 45만여 건 중 서울 안에서 이동한 19만5835건을 전수 분석했다. 전세거래 분석을 통해 서울 내 가구 이동의 흐름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세금 장벽’의 영향으로 강남 거주자는 강남에서, 강북 거주자는 강북에서 주로 이사한다는 ‘상식’이 통계로 확인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 입성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동작·강동·광진·성동·용산구 등 ‘준강남’ 지역의 거주자들이었다.

강남구로 전입하는 가구의 수는 동작·강동·광진구 출신 순이었다. 강남구를 떠나는 사람의 목적지도 동작·강동·용산구가 많았다. 서초구 전입자는 송파·용산·영등포구에서, 송파구 전입자는 광진·서초구에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를 둔 중년층이 교육 환경 때문에 강남 3구로 입성하고, 굳이 강남에 더 머무를 필요가 없는 장년층은 새 보금자리를 찾아 강남 인접 지역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천구를 중심으로 한 서울 서부권 내의 전세 이동도 활발했다. 역시 교육이 주요 동인이었다. 목동 등 학군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양천구에는 인근의 영등포·마포·동작구 등에서 이주해 오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은평구 등 서북권, 노원·중랑구 등의 동북권은 서울 내 이동보다는 ‘탈서울’의 흐름이 두드러졌다.

강미나 국토연구원 주택정책연구센터장은 “지역 간 전세금 차가 큰 서울 내에서는 전세 비용이 이동을 제한하는 장벽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 중산층 ‘탈서울’, 서민·고소득층은 잔류

이번 분석에서 중산층은 서울을 떠나는 반면 저소득 서민층과 고소득층은 서울에 머무르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2014년 기준 전세금 1억3500만∼2억2300만 원짜리 아파트 거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서울을 많이 떠났다. 반면 전세금이 그보다 낮은 다세대·다가구 주택이나 그 이상인 중·고가 주택 거주자는 주로 서울 내에서 이동했다. 전성제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파트의 경우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면 같은 돈으로도 규모를 넓혀 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차이가 작은 다세대·다가구는 외곽으로 나갈 유인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서울의 시간당 급여가 높고, 새벽·야간 근무가 많은 서민의 경우 교통비 등을 감안하면 서울에 머무르는 편을 선호했다. 올해 2월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남양주시로 이사한 권모 씨(40·여)는 “예전엔 월 5만 원도 안 되던 교통비가 20만 원 이상으로 뛴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소득층은 은퇴 후 전원생활을 누리기 위해 수도권 외곽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직장, 교육, 주거 환경 등을 고려해 서울에 머물렀다. 강 센터장은 “서울 안에 머무르려는 수요를 감안해 도심 재개발을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민간 주택 재고를 활용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구가인 기자
#강남#전세#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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