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박용호]대학 실험실 안전은 미래 성장동력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용호 서울대 환경안전원장
박용호 서울대 환경안전원장
최근 들어 안전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증대되고 있지만 실험실 안전사고는 여전히 증가하고 대형화하고 있다. 지난 9년간 대학 내 실험실에서 999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사흘에 한 번꼴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전국의 실험실과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 10건 중 9건이 대학에서 발생하였다. 이처럼 아직도 많은 대학의 실험실은 잠재적 위험 요소를 내재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배기가 원활하지 않아 다량의 유해물질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본인의 건강과 안전은 뒤로한 채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국립대에서도 대형 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하며 연구자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교육부에서 ‘실험실습실 안전환경 기반조성사업’으로 1606억 원의 예산을 집행해 실험실 환경을 개선했다. 연구개발의 불씨를 살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었다. 교육부 사업 종료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응답자의 90%로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실험실의 안정성과 공간 확보를 통한 안전 환경 개선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87%는 실험실 안전사고 예방과 쾌적한 안전 환경 구축을 위해선 추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전장비·설비 구축, 시설환경 개선 등으로 5500억 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016년에는 80% 이상 삭감된 250억 원만이 지원되었고, 내년도 예산 확보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 사업비가 국립대에만 배정되었기 때문에 여타 대학 실험실은 상대적으로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인문·예체능계를 줄이고 이공계를 늘리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공학 인력을 확대하려는 취지이다. 하지만 선정된 대학이 인력의 증원을 위한 예산만 받고 실험실 안전에 대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다면 실험실 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공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반드시 안전하고 쾌적한 실험실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모처럼 시작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단발성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고 더욱 확대되어 대학 실험실이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용호 서울대 환경안전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