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지하철 폭발, 가스-산소통 방치… 환풍기-누출감지기도, 감시인도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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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남양주 지하철 폭발 ‘人災’

1일 4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의 현장에는 폭발을 막을 수 있는 환풍기와 가스누출 탐지기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전날 작업에 쓰였던 가스통과 산소통은 별도 보관소가 아닌 현장에 그대로 방치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고가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를 조사 중인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2일 브리핑을 통해 “환풍기가 폭발이 일어난 지하가 아닌 외부에서 발견됐다”며 “겉에 그을리거나 파손된 흔적이 없는 점으로 볼 때 폭발로 튕겨져 나온 게 아니라 원래 지하에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환풍기가 지하에 없었다면 작업장에서 누출된 액화석유가스(LPG)와 산소가 그대로 쌓여 폭발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사고 전까지 이 작업장에서는 LPG통과 산소통, 절단기 등을 동원해 철골을 자르는 용단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찰은 사고 전날 작업을 마친 뒤 LPG통과 산소통을 현장에 그대로 뒀다는 인부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약 15m 깊이의 지하 작업장에는 가스누출 탐지기와 화재경보기도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작업 전 시행해야 할 안전교육이 제대로 진행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의 하청을 받아 현장을 책임진 매일ENC 소속 현장소장은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서류상으로는 소장 대신 차장이 안전교육을 했다고 돼 있는데 실제로 교육을 했는지 추가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전보건공단 지침에 따르면 용접이나 용단 작업을 할 때는 감시인을 작업장에 배치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감시인이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포스코건설과 매일ENC 간의 하도급 계약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는지, 또 작업 과정에서 안전관리교육이 제대로 진행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아직까지 정확한 발화 시점과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LPG통 및 산소통과 연결된 호스를 정리하지 않고 지하 작업장까지 늘어놓은 채로 뒀는지에 대해서는 진술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감식 과정에서 수거한 용접봉이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식반은 현장에서 수거한 호스를 물에 넣어 새는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

경찰은 사상자 모두 일용직 근로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매일ENC에 정식 채용된 정규직이 아닌 일용직으로 16만∼18만 원의 일당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폭발사고 공사 현장의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에 대한 특별감독에 들어간다고 2일 밝혔다. 고용부는 7일부터 17일까지 남양주 현장을 포함해 포스코건설이 시공 중인 현장 전국 108곳 전체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산업재해가 일어났을 때 원청업체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노동개혁 입법 논란에 밀려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고용부는 지난달 23일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다시 입법 예고했으며, 규제영향심사가 끝나는 대로 20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남양주=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박창규 기자·유성열 기자
#남양주#남양주 지하철 폭발#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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