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채무 제로’ 논란의 중심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경남도청에 기념 현수막 내걸고 1일 ‘채무 제로 선포식’ 개최
“SOC 등 빚 내서 중장기 투자해야”… 일부 시민단체-야권 비판 쏟아내

경남도 내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기자회견에서 “경남도의 채무 제로 운동으로 시군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도 내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기자회견에서 “경남도의 채무 제로 운동으로 시군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광역자치단체 최초 채무 제로 달성, 350만 명 경남도민이 함께 이룬 쾌거입니다.’

경남도청 건물 양쪽에는 대형 현수막 2개가 내걸렸다. 경남도는 1일 오전 신관 대회의실에서 ‘채무 제로 선포식’을 개최한다. 이어 홍준표 경남지사는 도청 정원에 채무 제로를 기념해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가계의 빚이 늘어나는 가운데 긴축재정을 통해 채무를 모두 없앤 경남도의 ‘실험’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경남도의 ‘자찬(自讚)’과 달리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론도 드세다. ‘주민 참여형 예산절감’이 아닌 탓이다. 예산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경남도는 31일 “홍 지사 취임 당시인 2012년 말 1조688억 원, 이듬해 1월 1조3488억 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채무를 모두 갚았다”며 “이는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처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남도의 공기업인 경남개발공사의 빚 5681억 원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채무 제로 운동으로 2014년 7687억 원까지 줄었던 경남도의 빚은 지난해 1957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날 남아 있던 957억 원을 모두 청산하면서 전국 50여 곳의 시군과 함께 채무 제로 자치단체가 된 것이다.

경남도의 채무 가운데 가장 비중이 컸던 것은 도로 건설 분야였다. 2013년 1월 기준 지방도 확장·포장에 따른 빚이 4545억 원, 마창대교와 거가대교 접속도로 건설비 1088억 원, 김해관광단지 진입로 개설 등이 800억 원이었다. 1546억 원의 상습 수해지역 개선비도 채무였다. 경남도는 3년에 걸쳐 이를 모두 예산으로 갚았다. 또 2014년 이후 지방도 신규 공사의 발주를 전면 중단하고 예산을 아꼈다. 지역발전기금 12개의 폐지와 운영 방식 개선을 통해 3900억 원의 재원도 확보했다. 박충규 경남도 예산담당관은 “부동산 매각 등 보유 재산을 처분하지 않고 선심성 도로 공사의 중단, 기금 운용 효율화 등을 통해 빚을 갚았다”며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경남도의 예산 절감을 호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 전문가인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방자치위원장)는 “기초자치단체라면 몰라도 광역단체의 채무 제로는 자랑할 일이 아니다”며 “중장기 계획을 세워 일부 빚을 지더라도 사회기반시설(SOC), 청년실업, 사회복지 등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 간 공평성’ 측면에서 미래 세대에 재정 부담을 떠넘겨서도 안 되지만 현 세대가 모두 짐을 지는 것도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이상석 ‘좋은 예산센터’ 부소장도 “아버지만 빚이 없다고 전체 가족의 빚이 사라지느냐”며 “경남도 본청의 채무뿐 아니라 임대형민간사업(BTL)의 이자, 외청 채무, 보증 채무 등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지자체가 ‘마중물 예산’을 통해 투자 유도를 하면서 경기 침체가 심각한 거제시 등 시군의 사정도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시민사회와 야권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신규 공사 중단과 각종 기금 폐지의 문제를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 경남지방의원협의회는 “시군에 내려갈 돈을 주지 않고 채무 제로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녹색당과 정의당 경남도당도 “공공성을 배제한 채 빚을 갚는 것은 도민 희생 강요이자 부끄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시군에서 모인 학부모들도 “누구를 위해 빚을 갚았는지는 모른지만 적어도 학부모, 학생은 행복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