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특수학교 3곳 세워 통학시간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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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 ‘특수교육 발전방안’ 발표

특수학교 부족으로 장애 학생들이 특수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거나 장거리 통학을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까지 특수학교 3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자책을 읽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특수학교 부족으로 장애 학생들이 특수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거나 장거리 통학을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까지 특수학교 3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자책을 읽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장애학생들이 원거리 통학을 하고, 특수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운 현실 등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2019년까지 특수학교 3곳을 설립하기로 했다. 또 초중고교가 한 학교에 같이 있는 통합된 형태의 특수학교를 세분하고, 장애학생의 진로·직업교육을 위한 시설도 확충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장애인의 날인 20일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수교육 중기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 부족한 특수학교로 긴 통학시간

장애학생과 학부모의 큰 고충 중 하나는 원거리 통학이다. 특수학교의 수가 적고,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기도 힘든 실정이어서 장애학생의 통학 거리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이 특수학교 재학생의 통학 시간을 조사한 결과 버스로 3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학생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조사대상 4646명 중 통학 시간이 30분∼1시간 미만인 학생이 1943명으로 41.8%를 차지했고, 1시간∼2시간 미만인 학생도 138명(3%)에 달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근거리 배정을 원칙으로 하는 비장애 중학생의 경우 통학시간이 길어도 20분 이내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몸이 불편한 장애학생들의 통학 시간이 오히려 더 긴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학교의 수가 부족하다 보니 기존 특수학교는 늘어나는 장애학생들을 수용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법적으로 지적장애 특수학교의 중학교 과정은 1개 학급당 6명, 고교는 7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현재 중학교는 1개 학급당 평균 7.4명, 고교는 7.5명으로 법적 수용한도를 넘어섰다.

특정 지역에서는 특수학교 부족으로 과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다니엘학교의 과밀률은 중학교 과정은 164%, 고교는 152%에 달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국육영학교도 중학교 153%, 고교 126% 수준이다.

특수학교가 부족해 일반 고교에 설치된 특수학급으로 진학하려 해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남부교육지원청의 A고에 설치된 특수학급의 정원은 7명이지만 올해 지원자가 27명에 달했다. 정원의 두 배에 가까운 13명을 수용했지만 14명은 학생의 집과 거리가 먼 다른 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 특수학교 3곳 신설 추진

시교육청은 우선 특수교육 수요보다 학교가 턱없이 부족한 곳으로 꼽혔던 동부, 서부, 강남권 등 3개 권역에 각각 22개 학급 규모의 특수학교 총 3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각 학교의 수용 규모는 130∼140여 명 수준이다. 동부와 서부권 특수학교는 지적장애 학생, 강남권 학교는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학교로 건립할 계획이다. 서울에 특수학교가 생긴 것은 2002년 서울경운학교가 마지막이었다.

또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정진학교는 장애의 종류에 따라 두 개 학교로 분리하기로 했다. 인근 지역에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가 없어 지체장애 학생과 지적장애 학생이 한 학교에서 같이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체장애 학생은 휠체어에서 생활하거나 누워있는 경우가 많고, 지적장애 학생들은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는 활동적인 성향이어서 같이 생활하기에는 위험한 경우가 많다”며 “장애의 종류에 따라 지도·관리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데 장애 종류가 섞여 있으면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중장기 계획으로 특수학교의 형태를 ‘유치원+초등학교’ ‘중학교+고교’ 등으로 세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초중고교 교육과정이 한 학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한 학교에 17년간 다니는 학생이 있을 정도였다. 이 경우 학생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기회를 갖기 어렵고 새로운 학교 진학을 계기로 학습 동기를 북돋우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또 만 3세부터 20세까지 학생들이 한 학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학교를 연령 차이에 따라 전문화·특성화해 운영하기도 어려웠다.

이 밖에 시교육청은 장애학생들이 사회에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진로·직업교육 거점학교를 현재 5곳에서 11곳으로 늘리고 장애학생 직업능력개발센터도 권역별로 1곳씩 설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특수학교나 장애학생직업능력개발센터 설립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 내에 설립을 추진 중인 직업능력개발센터는 일부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고, 동부권과 서부권 특수학교 설립 계획은 2년 전부터 나왔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별다른 진척을 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큰 과제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특수교육 발전을 위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장애학생#특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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