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칼럼 따라잡기]시에스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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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 반에 일어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날마다 업무시간(오전 8시∼오후 7시)을 넘겨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기상시간이 역대 교황보다 한두 시간 빠른 만큼 점심을 먹은 뒤 30분∼1시간 단잠을 즐긴다. 에너지 충전을 위한 고향(아르헨티나)에서부터의 습관이다.

폭염을 피해 ‘시에스타’라 부르는 낮잠을 즐기는 것은 지중해 연안과 남미 국가의 오랜 관습이다. 스페인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기업과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이런 느린 삶의 방식에 변화가 닥칠 것 같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대행이 ‘시에스타 폐지와 근무시간 2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2시간 넘게 점심과 낮잠을 즐기고 오후 8시 퇴근하는 관행(오래전부터 해오던 대로 함)을 없애고 ‘오후 ㉠시 퇴근’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2013년 의회 위원회는 “점심시간을 줄이고 정확한 시간 엄수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시에스타 폐지가 삶의 질 향상, 출산율 상승, 이혼율 감소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

2008년 유럽 경제 위기의 진원지(사건을 일으키는 밑바탕이 되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였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 포함된 스페인. 이제는 노동개혁과 구조조정(기업의 구조를 바꾸어 효율성을 높이는 일)에 힘입어 경제는 회복세로 거의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유럽 평균(1.7%)의 2배에 가까운 경제성장률(3.2%)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에스타 폐지를 언급한 배경엔 정치의 불확실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권력을 잡은 세력의 부패와 무능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30년 만에 국민당과 사회당, 두 개의 당이 대표하는 양당 구도를 무너뜨리고 4당 체제를 선택했다.

그러나 연합정부의 협상 난항(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으로 새 정부 구성에 실패해 정치적 상황이 다시 불안해졌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지난해와 비교해 경제성장이 느려지고 있다”며 “가장 큰 위협은 정치 불안정”이라고 지적했다.

6월 재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총리대행이 ‘시에스타 대신 2시간 빠른 퇴근’을 언급한 것은 국민들의 표를 얻으려는 선거전략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표 몰이에 골몰하는 우리 정치권도 정치를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무기로 이용한다. 스페인 정치와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생각에 그저 씁쓸할 뿐이다.
 
동아일보 4월 7일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재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대행은 원래 퇴근 시간에서 두 시간 이른 퇴근을 위해 시에스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 들어갈 숫자는 무엇일까요?

① 4 ② 5

③ 6 ④ 7

2. 다음 예시 중 단어 ‘신물’이 본문의 ‘㉡신물’과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을 고르세요.

①며칠간 굶었더니 속에서 신물이 올라온다.

②나는 이제 이런 종류의 논쟁에 신물이 난다.

③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신물이 넘어와 병원을 찾았다.

3. 시에스타는 농경시대 때 지중해 연안과 남미 국가에서 한낮에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생긴 관습이에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에어컨, 선풍기처럼 더위를 식혀줄 전자제품이 널리 보급돼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지요. 유럽의 다른 나라와 업무시간이 맞지 않는 것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이들도 있어요. 우리 주위에 시에스타처럼 현실과 맞지 않아 개선이 필요한 관행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짧은 글로 적어 보세요.
 
김보민 동아이지에듀 기자 gomin@donga.com
#시에스타#폭염#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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