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박영준]농촌의 태양광 설비, 환경훼손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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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도서출판 대치 대표
박영준 도서출판 대치 대표
친환경 에너지로 불리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우리 주변을 채워 나가기 시작한 지 수년이 되어 간다. 지방을 다니다 보면 논과 밭에 태양광 발전 설비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발전 설비들이 대규모로 들어서다 보니 언뜻 멀리서 보면, 인삼밭이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농작물 재배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논밭을 휴경하기보다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전기 농사’를 하는 셈이다.

농촌의 도로를 지날 때면 ‘태양광 전문’이라는 광고판 또는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짧은 기간에, 더 많은 논과 밭이 태양광 발전 시설로 바뀌게 될 것 같다.

논과 밭에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태양광 발전 설비들은 규모에 관계없이 기초와 기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다. 일정 기간 후에 이 시설들을 철거하고 다시 논과 밭으로 되돌려야 한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구 감소 추세인 농촌에서, 지붕에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된 농가가 하나둘씩 빈집으로 버려지게 되고, 논밭의 태양광 발전 시설들도 방치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생각해 본다. 빈집으로 남겨진다고 해도, 농가와 논밭의 태양광 발전 설비의 해체는 누군가 해주어야만 한다.

임야의 수목을 벌목한 공간에 세워지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바라보는 마음도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다. 수십 년을 성장하는 수목은 산사태를 막아주어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고, 산에 물이 흐르도록 해 작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나무를 벌목하면서까지 태양광 설비를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농촌이나 임야의 태양광 설비들은 우선적으로 농업에 기여하는 에너지원이 되어야 한다. 농촌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농업이 발전하고 농촌이 성장하여 부농이 증가한다면, 농촌이나 임야의 태양광 설비도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그리고 도시 지역의 전력 공급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도 지금 태양광 설비의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은 처음에는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전력사업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후에 보니, 결국 난개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친환경적인 발전시설이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농업 발전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박영준 도서출판 대치 대표
#태양광 설비#친환경 에너지#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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