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을 구합니다”… 지자체 공단 이사장 구인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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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논란 휘말리기 싫다” 기피… 울산시 산하 공단 4곳 중 3곳 공석
중구는 10개월째 후임 못구해

“이사장을 모십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체육시설과 공원, 공영주차장 등을 관리하는 곳이 도시관리공단(시설관리공단)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설립했다. 공단 이사장은 자치단체장의 최측근이 임용되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 통상 6000만∼8000만 원의 연봉에다 연간 1000만 원 안팎의 업무추진비와 사무실이 제공되는 등 ‘지방 공기업의 꽃’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각 자치단체가 공단 이사장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지방 공기업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이사장 응모 자격을 까다롭게 한 데다 자치단체도 ‘관(官)피아(정부 부처에서 일하다 유관 기관이나 협회, 기업 등의 요직으로 자리를 옮긴 퇴직 공무원)’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무원 출신을 가급적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에는 울산시 산하의 울산도시공단을 비롯해 중구와 남구의 도시관리공단, 울주군의 시설관리공단 등 4곳이 있다. 이 가운데 울산시설공단을 제외한 구·군 산하 공단 3곳 모두 이사장이 공석이다. 중구 도시관리공단은 지난해 6월 이사장이 개인 사정으로 퇴직한 이후 10개월째 공석이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네 차례나 이사장 공모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정당인이 이사장 임용 직전 결격사유가 발견돼 취소됐다.

남구 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도 2014년 10월 이후 1년 6개월째 공석이다. 올 들어 두 차례 이사장 공모를 했지만 진척이 없다. 1월 이사장이 퇴직한 뒤 공석인 울주군 시설관리공단은 21일까지 공모를 한다.

각 자치단체는 공단 이사장 응모 자격을 대학, 연구소 등에서 공기업 및 경영학 관련 분야 부교수 또는 책임 연구원 이상으로 3년 이상 경력자, 상장기업 상임 임원으로 3년 이상 경력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투자·출연기관 임원으로 3년 이상 경력자, 4급 이상 국가 또는 지방공무원 경력자 등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 같은 경력을 가진 인사 2명 이상이 지원해야만 인사위원회를 거쳐 이사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절차를 거쳐도 이사장 임기는 3년이며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재임용된다.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이 바뀌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퇴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사장 지원을 꺼리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고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한 인사는 “주변에서 공단 이사장에 지원해보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관피아’ 논란에 휘말리기 싫고 후배 공무원에게 경영실적을 평가받는 게 싫어 사양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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